기업들에게 '혁신'은 더 이상 따로 추구해야 할 가치가 아니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치고 생존의 필수 요소인 혁신 DNA를 갖추지 않은 곳이 없다.
11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인도 대표 기업 타타그룹도 마찬가지다. 철강과 발전 항공 자동차 등 115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타타그룹은 기업 문화의 최대 가치로 '혁신'을 강조한다.
자동차 계열사인 타타모터스가 최근 세계 최저가 차 '타타나노'를 선보인 것이나 정보기술(IT) 서비스업체 타타컨설턴시서비시즈(TCS)가 지난해 6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린 것도 혁신의 성과로 손색없다.
미국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위크(BW)는 최근 타타그룹이 보수적인 인도 기업문화를 딛고 혁신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배경을 소개했다.
가족 경영 중심의 보수적인 기업 문화가 지배적인 인도에서 혁신은 낯선 가치였다. 라탄 타타 회장이 지난 1991년 인도의 경제 개방과 함께 혁신의 기치를 내걸기 전까지는 타타도 그 가치를 깨닫지 못했다.
그러나 타타 회장은 단호했다. 그는 글로벌 경제 속에서 회사가 살아남아 번성하려면 혁신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혁신 DNA를 구축해 전 계열사의 모든 임직원이 기업 혁신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느꼈다.
타타 회장은 리더십부터 다져나갔다. 그룹 임원 및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12명을 소집, 타타그룹혁신포럼(TGIF)을 꾸린 것이다. TGIF는 외부 전문가와 함께 임직원들에게 혁신 동기와 실천 과제를 부여하는 데 주력했다.
비즈니스위크는 TGIF의 최대 성과 가운데 하나로 TCS의 성공을 꼽았다. 아난스 크리쉬난 TCS 최고기술책임자(CTO)는 "특정 과제와 직면했을 때 상하 양측에서 접근하는 방식이 혁신적인 사고를 가능케 했다"며 "이런 과정 속에서 쏟아진 다양한 아이디어 가운데 가장 적합한 것을 추려 해결책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TGIF가 상명하복식 의사결정 구조를 뜯어고친 결과다. TGIF는 임원들에게 문제의 본질을 꿰뚫으려면 위에서만 보지 말고 실무진들의 의견을 경청하라고 주문했다. TCS는 곧바로 의사소통 채널을 다양화했고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실제 사례에 적용할 수 있도록 임원들의 역량을 강화했다. 채택된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추가 검증을 통해 예산이 집중 투입됐다.
하지만 아이디어의 채택 여부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비즈니스위크는 지적한다. 그보다는 회사가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인식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런 문화는 임직원들의 사고를 혁신적으로 이끌어 타타그룹 임원들의 책상에는 언제나 서류 뭉치가 쌓여있다고 비즈니스위크는 전했다.
TCS는 연말에 임직원 개개인의 혁신 성과를 평가하는 제도도 갖추고 있다. 이 평가에서 '젊은 혁신자 상(Young Innovator Award)' 수상자로 선정되면 급여가 인상되는 것은 물론 전 세계에 분산돼 있는 19개 혁신연구소 가운데 한 곳에서 근무할 수 있는 혜택도 누릴 수 있다.
TCS가 '창조적인 불만'을 높이 사고 있는 점도 기업 내에 혁신적인 사고를 흘러넘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크리쉬난은 "우리는 임직원들이 언제나 혁신을 염두에 두도록 이들이 현재 상황에 대해 불만을 갖도록 자극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TCS는 매년 50명의 임원을 나흘 일정의 '테크노베이터(Technovator)' 위크숍에 참여시키고 있다.
또 직원들은 한 주 45시간의 근무시간 가운데 5시간을 스스로 정한 프로젝트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 직원들은 이 시간에 자기계발을 위해 기술을 연마하거나 아이디어를 구체화한다. 이 때 회사가 개발한 '아이디어맥스(ideaMax)' 프로그램이 큰 도움이 된다.
아이디어맥스는 직원 누구나 아이디어를 입력하고 기존 아이디어에 대한 조언과 평가를 할 수 있도록 고안된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첫 선을 보인 이래 아이디어맥스에는 1만2000건의 아이디어가 입력됐고 이 중 수백건의 아이디어는 평가를 거쳐 프로젝트로 추진되고 있다.
TCS는 이런 노력을 통해 매년 꾸준히 혁신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고 자신한다. 크리쉬난에 따르면 지난해 혁신 과제에 투입된 자금만 전체 매출의 10%에 달한다. TCS는 지금까지 이룬 혁신 성과가 고객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크리쉬난은 "3년 전 처음 혁신 기치를 내걸었을 때만 해도 우리의 혁신 성과를 프로젝트에 반영하는 고객은 3분의 1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절반 이상의 고객이 우리의 성과를 인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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