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쟁 승전사상 대표적인 ‘수공’으로 기록된 살수대첩에 대한 근원적 질문이 던져진다.
최근 출간된 ‘청야(淸野) '(어기선 지음·뿌리출판사)는 을지문덕 장군이 수양제의 대군을 물리친 것은 둑을 터트려 수나라 별동대를 수장시킨 것이 아니라 청야전술(곡식을 치우고 들판을 불태움)로 승리했다고 말한다.
삼국사기 등 역사서에 근거, 그동안 살수대첩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을 뒤집은 것이다.
요동벌판뿐만 아니라 압록수, 살수, 패수(대동강)에 이르기까지 을지문덕 장군이 펼친 청야전술의 속도감 있는 전개는 이 책의 압권이다. 독자들이 살수대척 한폭판에 있는 착각에 빠지는 이유다.
이 책은 역사소설이자 전쟁소설만이 아니다.
정치도 묻어있다. 을지문덕은 전쟁 승리 후 정치적으로 최대 위기에 봉착한다. 청야전술로 인해 귀족들의 경제적 기반인 들판이 죄다 불태워졌다. 귀족들에 속해있는 사병들이 관군에 편재된 것도 문제였다.
영양태왕, 왕제 고건무 그리고 을지문덕으로 잇는 왕권강화파와 막리지 연태조를 필두로 한 귀족들 간의 권력다툼이 벌어진다.
이 책은 적도 동지도 없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나라를 구한 을지문덕은 과연 귀양 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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