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의 주문대로 부실채권 비율을 낮추면서 수익성까지 확보하기 위해서는 안전한 수익원인 주택담보대출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대출금리가 다시 들썩이고 있어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확대가 서민 가계의 이자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30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8월 들어 주택담보대출이 4조원 가량 순증하면서 총 잔액이 34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 들어 주택담보대출 순증액은 28조원 가량으로 역대 최고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8월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순증액은 3조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며 비은행권에서도 8000억원 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돼 순증액은 4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며 "지난 7월의 4조5000억원에 비해 다소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국이 주택담보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각종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연말까지 부실채권 비율을 1%로 낮추라고 요구한 상황에서 주택담보대출을 줄이면 답이 없는 상황"이라며 "갈수록 악화되는 순이자마진을 회복하기 위해서도 주택담보대출 확대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출금리까지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가계의 시름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머니마켓펀드(MMF) 자금 이탈 △은행들의 CD 발행 증가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 확산 등으로 이달 들어 0.1%포인트 가량 오르며 2.51%까지 뛰었다. 이는 최근 6개월 중 가장 높은 수치다.
CD금리가 오르면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시금리도 6%대를 돌파했다.
농협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전주 대비 0.07%포인트 상승한 5.45~6.45%로 고시했으며, 국민은행도 고시금리를 4.53~6.13%로 정했다.
7월 말 현재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37조2000억원으로,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0.1%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이자부담은 연간 3049억원 가량 늘어난다.
최호상 외환은행 연구위원은 "주택담보대출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CD금리까지 오를 경우 가계부채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며 "국내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만큼 가계부채 증가는 소비나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그동안 주택담보대출 확대 '자제 요청' 수준의 대응에 그쳤으나 앞으로는 본격적인 압박에 나설 방침이다.
우선 국토해양부는 지난 27일 보금자리주택 공급계획을 앞당겨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금융위원회도 현재 서울 강남 3구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기준을 5~10% 가량 추가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세청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 취득자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28일 기자 간담회에서 "부동산 문제는 종합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데 관련 부처들이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며 "주택담보대출의 흐름을 상당히 세심하게 모니터링 중이며 대응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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