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 13년 만의 집권"
일본 제1야당인 민주당이 8·30 총선에서 54년간 장기집권을 해 온 자민당을 격파하고 정권교체라는 최대 과제를 달성했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간 나오토(菅直人) 등이 관료의존적 정치 타파를 내걸고 종전에 몸담고 있던 신당사키가케를 탈당하고 구(舊) 민주당을 창당한 1996년 9월로부터 꼭 13년 만이다.
민정당, 신당우애, 민주개혁연합 등이 합류하면서 현재의 민주당 체제가 정비된 1998년 4월을 기준으로 하면 약 11년 반 만의 일이다.
자민당 체제가 공고했던 1996년 구 민주당 창당 당시 한동안은 민주당이 정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은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만큼 자민당 일당지배로 대표되는 일본의 정치시스템이 공고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자민당의 이러한 장기 집권이 변화와 개혁을 통한 국가 경쟁력 강화보다는 내부 구성원들간의 갈등, 부패 만연 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지면서 민심이 이반됐고, 반면 민주당은 이러한 유권자들의 불만을 파고드는 동시에 정권담당 능력을 키워오면서 철옹성 같던 자민당을 무너뜨리는데 성공했다.
민주당의 역사는 13년전인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앞서 1993년 총선에서 자민당이 1당을 차지했지만 과반수에 미달했다.
이에 따라 비(非)자민 연립정권이 탄생했지만 8개의 군소정당으로 구성됐다. 구심력이 약한 연립정권은 10개월만에 무너지고, 정권은 자민당쪽으로 넘어갔다.
이 과정에서 자민당 탈당파들로 구성된 신당사키가케에 있던 하토야마, 간 나오토 등이 사민당의 일부 의원들을 규합해 1996년 9월 민주당을 결성했다. 정치권에서는 2년뒤 출범하는 새 민주당과 구분하기 위해 구(舊) 민주당으로 부른다. "관료에 의존하는 이권정치와의 결별", "지역주권 사회 실현" 등이 이들이 내건 슬로건이었다.
다음해 11월 자민당에 이은 2대 정당이었던 신진당이 해체되면서 다시 민정당 등 군소정당이 탄생했다. 2008년 4월 이들 정당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현재의 민주당 체제가 출범했다.
이후 민주당은 서서히 자민당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2년 뒤인 2000년 6월 총선에서 민주당은 127석을 획득하면서 정계에 충격을 줬다. 종전 의석이 52석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약진이었기 때문이다. 정치개혁에 따라 중의원 총 의석도 500석에서 480석으로 감소한 상황이었다.
이어 치러진 2003년 총선에서는 50석이 늘어난 177석을 기록했고, 2004년 7월 참의원 선거에서는 자민당(49석)보다 많은 50석을 획득하면서 자민당과 함께 양대정당으로서의 위상을 굳혔다.
그러나 2005년 총선에서는 자민당 총재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우정(郵政)민영화로 대표되는 대대적인 개혁을 내세우는 승부수를 던지면서, 민주당은 고전 끝에 113석을 얻는데 그쳤다. 자민당의 장기집권이 더욱 공고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른바 고이즈미 개혁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효율을 내세우면서 우정민영화 등 개혁 정책을 밀어붙였지만, 오히려 도시와 지방간 격차는 벌어졌고, 도시 지역에서도 소득격차는 더욱 커졌다.
고이즈미 전 총리 사퇴 이후 등장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가 1년을 채우지 못하고 총리직을 내던지면서 자민당에 대한 불만은 극도로 고조됐다. 민주당은 이런 점들을 배경으로 2007년 아베 정권에서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대승하면서 처음으로 참의원에서 1당이 되면서 정국의 주도권을 잡았다.
2006년 출범한 오자와 대표 체제는 이 과정에서 민주당을 대여 강경투쟁을 통한 강한 야당으로 탈바꿈시키면서 국민의 지지를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 그는 자민당 총재인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와 정면대결하면서 정국을 주도, 정권교체의 기반을 다졌다.
그러나 오자와 대표는 지난 3월 측근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이 제기되면서 두 달 만에 대표직에서 사퇴해야만 했다. 오자와 대표에 이어 당권을 잡은 하토야마 대표는 7월 11일 도쿄 도의회 선거에서 압승을 이끌어내면서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확실하게 다진데 이어 8·30 총선 승리로 정권교체라는 과제를 달성했다.
◇민주당 주요 연표
▲1996년 9월 = 신당사키가케를 탈당한 간 나오토(菅直人),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등이 중심이 돼 현재 민주당의 전신인 구(舊) 민주당 창당
▲1998년 3월= 민정당, 신당우애, 민주개혁연합이 합류해 새 민주당 출범 합의(민주당에 흡수 형식)
▲1998년 4월 = 새 민주당 창당, 간 나오토 대표 체제 출범
▲2000년 6월 = 중의원 선거에서 127석 획득(종전 32석)
▲2003년 9월 = 민주당 간 대표와 자유당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대표가 합당 합의(민주당 계승 조건)
▲2003년 11월 = 중의원 선거에서 177석 획득, 비례대표에서는 72석으로 자민당(69석)보다 많은 의석 획득
▲2004년 5월 = 간 대표 연금 미납 문제로 사퇴,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대표 체제 출범
▲2004년 7월 = 참의원 선거 50석으로 자민당(49석)보다 많이 획득
▲2005년 9월 = 고이즈미 총리의 우정(郵政)선거에서 113석으로 대패. 오카다 대표 사퇴.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대표 체제 출범.
▲2006년 4월 = 오자와 이치로 대표 체제 출범
▲2007년 7월 = 참의원 선거서 60석 획득. 자민당 창당 이래 최초 참의원 여소야대
▲2009년 3월 = 오자와 대표 측근의 정치자금 문제 대두
▲2009년 5월 = 오자와 대표 사퇴, 하토야마 대표 체제 출범
▲2009년 7월 =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127석 가운데 54석 획득, 창당 후 최초로 도쿄도의회 1당 부상
▲2009년 8월 = 총선 압승 정권교체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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