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배의 부동산 스펙트럼) 무작정 서두른다고 해서 능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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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09-01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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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주택공급을 확대하겠다고 한다. 수도권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풀어 짓는 보금자리주택 공급물량을 오는 2012년까지 32만가구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는 당초 발표했던 12만가구보다 20만가구가 늘어난 것이다. 공급시기도 당초 2018년에서 6년 앞당겨 2012년까지다. 지난 8.15광복절 기념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서민주거 안정을 위해 '획기적'인 주택공급방안을 내놓겠다고 한 뒤 보름이 안돼 나온 내용이다.

정부가 서민주택공급확대와 대출지원을 골자로 한 전세시장 안정대책을 내놓은데 이어 보금자리주택 확대 공급 방안을 내놓은 것은 그만큼 최근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수도권 집값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의 뜻대로 보금자리주택이 단기간에 대규모로 공급된다면 서민주거안정에 기여하면서 집값 안정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서두르는 감도 없지 않다. 보금자리주택 공급 확대방안이 나오자마자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문제점이 한 둘이 아니다.

정부가 지난 5월 보금자리주택 공급 계획을 발표하면서 4개 시범지구(강남세곡, 서초우면, 고양원흥, 하남미사)에서 9월중 사전예약 방식으로 공급하겠다던 계획은 한 달 뒤로 늦춰졌다. 10월에 사전예약을 받는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또 주택공급이 예정된 시기에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토지 수용에 따른 보상작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향후 일정이 예정대로 추진될지 장당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는 7~8월 중 수용 지역을 대상으로 지장물 조사를 끝내고 10월 감정평가 작업을 거쳐 11월부터 보상에 착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역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제대로 조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들이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지장물 조사를 막고 있어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결국 토지보상 문제 해결이 만만치 않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사전예약 공고시 보금자리주택 공급 가격도 함께 발표하기로 했지만 토지보상비가 확정되지 않은채 분양가격을 발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막대한 토지보상비도 문제다. 그린벨트 78.8㎢를 해제하고 보금자리주택을 짓기 위해 들어가는 보상비도 천문학적인 규모다. 4개 시범지구 보상비가 4조원에서 5조원 수준이다. 이를 근거로 단순 계산을 하더라도 40조원을 웃돈다.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도 없다. 최대한 주민들을 설득해 보상시기를 앞당기고 보상비도 줄이겠다는 정부의 얘기가 오히려 순진(?)하게 들리는 이유다.

청약예금과 부금 가입자들의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보금자리주택은 청약저축가입자를 대상으로 있어 예·부금가입자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7월말 현재 청약저축 가입자수는 218만8751명이지만 청약예금 가입자는 226만7905명에 이른다. 부금 가입자도 94만명이 넘는다.

주택공급이 공공물량으로 집중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민간주택은 더욱 어려워지는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뒤늦게 보금자리지구에서도 중대형 공급을 짓는다고 하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목이다. 무작정 급하게 서두른다고 일이 해결될 일이 결코 아니다.

아주경제= 김영배 기자 you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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