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론이 확산되면서 기업들이 연구·개발(R&D)부문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지난달 세계적인 정보기술(IT)업체인 IBM은 브라질 상파울루에 'IBM 혁신센터'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IBM은 사우디아라비아 스위스 중국 아일랜드 대만 인도 등 세계 전역에 있는 R&D센터를 연결한 공동연구(collaboratory)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기도 하다. IBM이 이처럼 전방위적인 R&D 투자에 나선 것은 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한 기업 내에서도 R&D 분야는 매우 다양하다. 때문에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경영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기대한 성과를 얻을 수 없다.
최근 강조되고 있는 분야별 통합도 관건이다. R&D도 예외는 아니다. 각 부문 연구팀은 개별 연구뿐 아니라 공동연구를 통해 전사적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포스트잇'으로 유명한 미국의 3M은 '통합 R&D'를 실천해 혁신적 기술 개발에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미국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는 2일(현지시간) 3M이 업계 최초로 나노기술을 접목시켜 치과용 접착제 개발에 성공한 사례를 들며 성공적인 R&D 경영비결을 소개했다.
3M의 의약산업 그룹인 3M ESPE는 지난 2002년 나노기술을 이용한 '필텍'이라는 충치용 필러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충치로 인해 생긴 구멍을 메울 때 사용하는 것으로 기존 제품과 달리 자연치에 버금가는 강도와 광택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이 제품은 획기적인 기술의 집약체로 인정받으며 업계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더 주목할 것은 3M이 혁신 기술을 개발하는 데 분야별 장벽을 없애고 통합 연구를 추진했다는 점이라고 BW는 강조했다.
이 기술을 개발한 수미타 미트라 3M ESPE 연구원은 "3M의 기업문화가 전사적 차원에서 통합 연구를 지원하고 강조했기 때문에 혁신적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3M은 전사적으로 7000명 이상의 연구원이 전 세계 35개 연구소와 사업별 R&D센터 40곳에서 수백개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연구결과를 공유하고 통합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미트라 연구원은 특히 3M 연구원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테크포럼'이 필텍과 같은 혁신적 제품을 개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테크포럼에서 기초과학 분야의 3M 연구원인 윌리엄 슐츠을 만나 나노기술에 대한 가능성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슐츠가 속한 연구팀은 수개월 동안 미트라의 연구실에 상주하며 기술 개발을 지원했다. 3M이 통합연구를 장려하지 않았다면 '대박'을 놓칠 수도 있었던 것이다.
일반적으로 슐츠와 같은 기초과학자들은 특허권을 자산으로 여기기 때문에 공동연구를 꺼리는 경향이 짙다. 하지만 3M 경영진들은 전사적 차원에서 신기술 개발을 위한 통합연구를 적극 장려하고 있다고 BW는 전했다.
BW는 통합연구의 성과는 그냥 얻을 수 있는 게 아닌 만큼 경영자들은 통합연구를 장려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사내 소셜네트워킹사이트를 개설하는 등 연구원들이 네트워크를 강화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 3M의 경우 연구원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테크포럼과 같은 모임이 연구원들의 소통 공간으로 작용했다. 3M은 기업차원에서 자금을 지원해 모임이 활성화하도록 도왔다.
인사고과에 연구원들의 공동연구 실적을 반영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 연구원들이 전문 영역이 아닌 다른 분야의 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도 공동연구를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3M은 연구원들이 업무 시간의 15%를 자기계발에 할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연구원들은 이 시간에 자율적으로 연구주제를 선택, 다른 분야에서도 아이디어를 얻으며 연구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밖에 BW는 공동연구를 추진하는 경우 특별 학술지원비를 제공하거나 분야별 연구센터를 가까운 곳에 모아 두는 것도 통합 연구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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