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총리 기용…지역통합과 친서민 정책 가속도
정치인 3명 입각…여의도 정치와 소통 '국정안정' 도모
9·3 개각은 장관 교체를 국면전환용을 활용하는 것을 꺼려온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 2기의 토대를 구축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이 대통령은 새로운 총리로 충남 출신의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을 내세우면서 '국민·지역통합'형 인사를 단행했다. '국정의 참신성'을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다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특히 시장보단 정부역할 강화를 강조해왔던 정 내정자의 기용으로 이 대통령의 친서민 행보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이번 개각에서 지식경제부장관과 노동부 외에 신설된 정무장관에 여당 정치인들을 내정함으로써 이 대통령이 그동안 거리감이 있다는 지적을 받아온 '여의도 정치'와의 소통 문제 해결에 나선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총리 교체…국민통합·중도실용에 방점
이번 총리 인선의 방점은 '국민통합'과 '중도실용'이라는 이 대통령의 새로운 국정운영 기조에 맞춰져있다.
정 내정자는 8.15경축사 이후 집권 2기 중반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 국정기조인 '중도실용·국민통합'에 부합하는 인물인데다 특히 고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비영남권 후보'라는 지역적 안배도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또 이 대통령이 이번 인적쇄신에서 강조한 '통합'과도 무관치 않다. 중도실용의 완성을 위해 일하는 내각과 컨트롤타워 역의 청와대의 궁합을 최대한 고려했다는 것이다. 정 내정자가 개혁적 이미지가 강한데다 경제전문가인 만큼 내각과 청와대의 연결고리가 커졌다는 평가다.
또 정 내정자는 74세의 고령이던 한승수 총리보단 12년 아래로 국정의 참신성을 이끌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지역통합은 물론,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젊은 총리'를 지향했던 당초 목표와도 부합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지난 2007년 대선과정에서 '비노(비노무현)반한(반한나라당)'의 유력한 범여권 후보로 떠올랐던 만큼 민주당내 친노세력을 제외한 중도세력을 끌어안기에 적합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우선 청와대는 2010년 지방선거를 겨냥, 충청권 총리를 기용함에 따라 '지역통합'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제 충청권에서도 총리가 나오면서 영남과 수도권 중심의 지역편중인사란 소리가 더 이상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와 함께 이번 인사로 민생정책의 대대적 추진을 골자로 한 중도강화론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정 내정자는 시장중심·탈규제·작은정부로 규정되는 현정부 집권 1년차 경제기조와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 국정 중점과제인 4대강 살리기나 동시다발적 자유무역협정(FTA)체결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국정 2년차를 맞아 친서민 행보를 이어가면서 중산층을 강화하는 정책으로 선회했다. 이 과정에서 정 내정자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라는 게 여권의 중론이다. 친서민 행보가 더욱 가속도를 붙게 된 셈이다.
◆지경·노동·특임 등 정치인 입각
이번 개각에서는 지식경제부장관에 수석정조위원장 출신인 친박계의 최경환 의원, 노동부 장관에 임태희 의원, 신설된 특임장관에 주호영 의원이 내정되는 등 3명의 정치인 입각이 이뤄졌다.
'탈 여의도 정치'에 집착해온 이 대통령이 이번에 정치인 입각을 받아들인 것은 여당내 친이·친박간 화학적 결합을 이루고, 나아가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선 정치인의 입각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MB정부 들어 정치인 입각은 여의치 않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정부 출범 때 내각에 의원을 1명도 기용하지 않았다. 같은 해 6월 개각 때 유일하게 전재희 한나라당 의원을 보건복지부 장관에 임명했다. 이후 지난 1·19 개각 때 이달곤 한나라당 의원이 비례대표직을 사퇴하고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입각했다.
청와대 측은 8·15 경축사와 고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 기간 드러난 이 대통령의 통합·화합의 국정운영 철학이 이번 정치인 입각으로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한 핵심 관계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뒤 이 대통령이 '통합'의 화두를 집중적으로 고민하면서, 정치권과 소통을 강화할 필요성도 절감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이 집권 2기 국정기조로 내세운 정치개혁과 친서민, 중도실용 정책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협조를 구하는 게 필수적이다.
특히 이 대통령은 선거구제와 행정구역 개편을 골자로 한 정치개혁에 강한 의욕을 갖고 있는 만큼 이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는 큰 틀에서 여당의 양보가 전제돼야 한다. 당장 정치권의 지원이 없으면 4대강 살리기와 보금자리주택 공급, 대학등록금 후불제 도입 등 정부 역점 사업의 동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즉 집권 2기의 성패가 여의도와의 관계개선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이번 정치인 입각을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신(新) 여의도 정치'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