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가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국내 신종플루 대응도 '경계 2단계'로 올랐다. 하루 유동인구 40만명에 맞먹는 서울 여의도 증권가도 이런 공포에서 예외는 아니다. 얼마 전엔 여의도 소재 증권사 직원이 신종플루 확진을 받았다는 소문이 인터넷 메신저로 빠르게 번졌다. 이 탓에 이름이 거론된 두 증권사는 진위 여부를 두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이후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 증권사 모두 기자실에 마스크를 제공하고 열감지기와 체온계, 세정제를 서둘러 비치하기에 바빴다.
그러나 여의도를 엄습한 공포는 이것만이 아니다. 증시에선 너도나도 신종플루주라며 연일 무서운 기세로 시세를 분출하고 있다. 과거 과열 이후엔 언제나 반락과 투매, 이에 따른 막대한 투자손실이 이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종플루주는 백신을 직접 생산하거나 제공하는 업체로 한정됐다. 하지만 질병이 급격 확산되자 세정제와 마스크를 만드는 업체도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외출 감소로 홈쇼핑 관련주까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점쳐졌다. 신종플루와 털끝만치라도 연관이 있다면 관련주로 둔갑하는 것이다.
얼떨결에 테마주가 된 기업도 고민일 것이다. 최근 동시다발적 디도스 공격으로 관련주가 급등했을 때 일이다. 수혜주로 거론된 업체에 다니던 직원 하나가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왜 관련주로 묶여 주가가 뛰는지 모르겠고 이러다 급락할까 두렵다는 내용이었다. 이 직원은 반짝 급등 이후 다시 급락할 텐데 이때 투자자를 상대로 어떻게 설명할지 한참을 고민스러워 했다. 실제 이 회사는 디도스와 직접 관련된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 않았다.
신종플루처럼 긴 호흡을 가진 이슈는 그만큼 헛된 기대와 탐욕을 더욱 강하게 자극한다. 상대적으로 저위험인 펀드를 깨서 테마주를 찾아 증시로 몰리는 자금이 늘어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런 돈은 오늘 올랐으니 내일도 뛸 것이란 식으로 덮어놓고 급등주를 사들인다. 반대로 급락할 땐 공포에 떨며 순식간에 빠져나가고 오랫동안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문진영 기자 agni2012@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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