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혁신 전략을 마련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 변화 없이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은 1993년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며 혁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기업들이 금과옥조로 여겨온 만트라(mantra·주문)는 혁신 대상에서 빠지기 일쑤다. 실질적인 성과를 못 내도 만트라에 대한 맹신은 흔들리지 않는다.
리더십 전문가인 수전 스콧은 월가가 자멸한 것도 이런 맹신 탓이라고 지적한다. 금융위기 전 월가에는 "모든 게 잘 될 것"이라는 자신감이 충만했다. 지난해 3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부실 여파로 JP모건체이스에 헐값 인수된 베어스턴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회사를 이끌고 있던 앨런 슈워츠는 회사가 넘어가기 전날에도 직원들에게 "문제될 게 아무 것도 없다"고 호언장담했다. 리먼브라더스 등 월가의 다른 투자은행들도 자신감에 도취돼 무리한 투자를 벌이다 결국 금융위기를 초래했다.
기업 경영과 관련한 만트라가 모두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조직이 제 기능을 못하거나 고객을 잃게 됐다면 문제점을 찾고 해법을 궁리해봐야 한다. 스콧은 15일(현지시간) 비즈니스위크를 통해 성과를 내지 못하는 만트라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익명'보다는 '면대면' 피드백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기업들은 '피드백'을 강조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은 개방성과 투명성은 물론 조직원에 대한 신뢰와 존중의 가치를 높이 산다.
하지만 피드백은 일방적인 경우가 많다. 조직원 개개인의 목소리에 반응하기보다는 포괄적인 목소리에 관심을 두기 때문이다. 피드백을 받지 못했다고 느낀 조직원들은 소외감을 느끼고 스스로를 가치없는 존재로 인식하기 쉽다. 익명의 피드백보다는 면대면 피드백이 중요한 이유다. 스콧은 일년 365일 조직원들과 면대면 접촉을 늘리라고 조언한다. 그는 특히 "칭찬이 비판 이상으로 중요하다"며 "가능한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헛똑똑이보다는 마음이 열린 인재
스콧은 인재풀 속에 똑똑한 사람이 25% 늘어난다고 매출이 25%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그가 보기에 똑똑한 인재들은 오히려 내부 갈등을 부추긴다. 이들은 오류를 수정하기보다는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이다. 지성의 상징인 알버트 아인슈타인도 "똑똑한 사람들은 강력한 근육을 갖췄지만 개성이 없어 추종자로 머물뿐 리더는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중요한 건 이성과 감성의 조화다. 스콧은 깊고 넓은 인간관계가 급격한 성장과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주장했다. 또 훌륭한 리더가 되려면 목표성과를 다소 낮추더라도 동료는 물론 고객과도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객 중심'보다는 '고객 접속'
소비재 기업들 사이에 고객 중심(customer ceㅜtricity) 전략을 펴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다양한 기준에 따라 고객을 나눠 맞춤 판매 전략을 세우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스콧은 고객 중심 전략에는 고객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지적한다. 고객들을 가격대별로 줄 세우는 데 불과하다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매출 증대 방안을 고민하고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할애할 수 없다. 다른 고객층으로 재빨리 관심을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시야에서 벗어난 고객들은 그 사이 자리를 뜨게 마련이다. 그는 모든 고객을 동등하게 여기고 얼굴을 맞댈 기회를 늘리라고 강조한다. 고객과 진심으로 맺은 관계가 제품의 품질을 능가하는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가공된 낙관'보다는 '급진적 투명성'
상명하달식 의사소통 채널을 가진 조직의 구성원들은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다. 이런 조직 안에서 유통되는 정보는 하나같이 낙관적으로 가공돼 있다. 여기에 반기를 드는 순간 승진기회가 박탈되거나 조직에서 추방당한다. 리더들은 동의를 요구할 뿐 진실은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 내부의 낙관적인 분위기는 긍정의 힘을 북돋아 업무 효율을 높이기도 한다. 하지만 스콧은 참신한 아이디어와 일생일대의 기회를 사장시키는 등 해악이 더 크다고 지적한다. 문제점을 발견했다면 진실을 폭로하는 게 장기적으로는 이익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월가의 사례만 봐도 그렇다. 진실을 폭로할 때는 같은 문제를 공유하고 있는 이들의 조력이 큰 힘이 된다. 블로그를 개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블로그에는 성공과 실패 사례, 불평과 불만, 고객들의 요구 등 가리지 않고 올릴 수 있다. 스콧은 다만 이런 활동은 뭔가 새로운 결론을 얻어 변화를 불러오겠다는 목적성이 뚜렷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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