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곳이라 계곡물이 마음까지 시원할만큼 깨끗했다.
물도 깨끗했지만, 계곡을 따라 흐르는 계곡물의 유량도 풍부했다.
수심이 있는 곳에서 물놀이도 하고, 고기도 잡으며 오랜만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자연이 살아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추석을 앞두고 지난 주말에는 조상님들 묘소에 벌초하러 고향에 다녀왔다.
고향은 새로 생긴 도로, 아파트, 빌딩, 가게들로 인해 하루하루가 달라지고 있었다.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지형을 갖고있던 고향의 주변환경도 어릴적과는 많이 달랐다.
고향집 앞으로 흐르는 강(江)에는 유량이 부족한 탓인지 온갖 잡초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어렸을 때는 수영도 하고, 고기도 잡고, 작살질도 할 만큼 유량이 많았던 곳이다.
“강에 물이 왜 이렇게 없어요?” 동네 어르신한테 여쭤봤다.
어르신은 강 상류의 댐에서 물을 막아놓고 내려보내질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댐을 관리하는 한국수자원공사에서 강물로 보내는 물은 그냥 버리는 물로 치부하고 댐 수문을 닫아버리고, 농업용 수로에만 일부 댐물을 공급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순간, 4대강 사업이 문득 떠올랐다. 백담사 계곡도 생각났다.
지난 7월 정부는 4대강 정비사업의 마스터 플랜을 발표했다.
2012년까지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4대강 본류 및 주요 지류의 하천바닥을 준설해 홍수를 조절하고 물을 확보하겠다는 게 기본 골자다.
또 20개의 보(洑)를 설치하고, 노후제방 보강, 하천생태계 복원, 중소규모 댐 및 홍수조절지 건설 등의 연계사업도 추진한다.
4대강 사업 예산은 당초 계획보다 3조원 가량이 늘어난 총 22조2000억원으로 확정됐다.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총 19만개의 일자리 창출과, 23조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다.
지난 2006년 수립된 수자원장기종합계획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오는 2011년에 약 8억㎥, 2016년에는 10억㎥의 용수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으로 가뭄의 강도와 빈도가 높아져 용수 공급량은 부족하고, 하천 유량도 감소하고 있다.
가뭄이 극심해지면서 식수난도 높아지고 있다.
작년말 현재 우리나라 제한급수 지역은 33개 시∙군에 달하며, 운반급수를 실시하는 곳도 22개 시∙군에 달한다.
정부는 4대강 바닥을 파는 준설작업을 통해 유량을 확보하겠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준설은 그 자체만으로도 강을 오염시키고 생태계는 치명적으로 파괴된다.
20여개의 보를 설치해 유량을 확보하고 희석효과를 통해 수질개선을 하겠다는 것도 잘못됐다.
보(洑)는 물의 흐름을 저해하기 때문에 오히려 수질을 악화시킨다.
이에 따라 일부 시민단체들은 4대강 사업이 오히려 환경을 파괴한다며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교수들의 모임인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은 4대강 사업에 대한 국민소송도 준비중이다.
학계와 시민단체가 반대하고, 많은 사람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특히 강은 바닥을 파는 것도 중요하지만, 물을 어떻게 채우느냐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아름다운 국토는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것만이 아니다. 반드시 보존하고 지켜서 후손들에게 그대로 물려주는 것도 현재를 사는 우리의 책임이다.
아주경제= 박재붕 기자 pjb@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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