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워싱턴에서 처음 막을 올린 G20 정상회의가 지난 4월 2차 런던 정상회의, 9월 3차 미국 피츠버그 정상회의에 이어 내년 6월 4차 캐나다 정상회의를 갖고 다시 내년 11월 한국에서 5차 정상회의를 개최함으로써 G20가 '연례화'된 글로벌 협력 틀로 기능하게 됐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G20가 개최 형식의 연례화뿐만 아니라 지난 30년간 서방 선진국 중심의 국제적 공론장으로 기능해온 G8(주요 8개국)을 대체하는 보다 강력하고 실효적인 지배시스템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은 점이다.
미국 백악관이 25일 성명을 통해 "오늘 G20 정상들이 G20 회의를 전 세계 경제협력을 위한 최고협의체(the premier forum)로 만드는 것을 지지했다"고 밝힌 것은 바로 'G20 체제'에 확실히 힘을 실어준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백악관은 이어 "이번 결정이 더 강하고 더 균형잡힌 글로벌 경제를 건설하고 금융시스템을 개혁하며 빈국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필요한 나라들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게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사공일 G20 기획조정위원장은 G20에 대해 "지구촌 마을의 가장 영향력 있는 유지들의 그룹"이라며 "한국의 G20 정상회의 유치는 우리 외교사에 큰 획을 긋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G20 정상회의가 글로벌 금융.경제 가버넌스로 주목받고 있는 것은 작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이후 G8 체제에 대한 회의론이 국제사회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분위기와 맞물려 있다.
G8의 틀과 기능만으로는 복잡다단하고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는 글로벌 현안을 대처하는데 근원적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세계 외교무대의 저변에 깔려있다는 관측에서다.
G8의 모태는 1973년 1차 오일쇼크 당시 등장한 G5 재무장관 회의다. 석유소비가 많아 혹독한 경기 침체를 경험한 '빅5'(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일본)가 조지 슐츠 미국 재무장관의 제안으로 뭉치기 시작한 것이다.
이 회의는 1975년 G5 정상회의로 승격됐고 1976년 푸에르토리코 회의를 거치며 이탈리아와 캐나다의 참여로 G7 정상회의로 진화됐다.
러시아가 정식 회원국이 되면서 G8이 공식 탄생한 것은 22년이 지난 1998년이다. 냉전이 붕괴되면서 불거진 핵무기 관리불안 위기가 고조됨에 따라 G7이 '배타적 권리'를 스스로 포기하고 G8 체제를 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 전대미문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엄습하면서 G8의 효용성을 둘러싼 논란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세계 경제의 주력으로 등장한 신흥경제국들이 G8에서 배제되면서 금융위기 대처과정에 근본적 문제점이 노출됐다는 게 소식통들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에서는 G13(G8 + 중국, 인도, 브라질, 멕시코, 남아공)이나 G16(G13 + 인니, 터키, 이집트 또는 나이지리아), 또는 G20(G7 + 러시아, 한국,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호주,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남아공, 사우디, 터키, 스웨덴, EC)으로 현행 G8 체제를 대체하자는 논의가 물밑에서 전개돼 왔다는 후문이다.
이런 가운데 G20 정상회의가 작년 11월 워싱턴, 올 4월 런던 정상회의, 9월 피츠버그 정상회의, 내년 6월 캐나다 정상회의에 이어 내년 11월 한국의 정상회의 개최가 확정됨으로써 결국 'G20 체제'가 본격화되고 있다는게 외교가의 평가다.
G20는 그 참여범위는 물론이고 인구 규모나 경제력 측면에서도 명실상부한 세계 금융.경제 컨트롤타워로서의 상징성을 띠고 있다. G20 국가들은 세계 인구 가운데 3분의 2, 세계 GDP에서 85%를 차지하고 있다는 게 외교통상부의 설명이다.
특히 현재 국제사회가 당면한 경제위기는 G20의 탄생배경과도 밀접한 관련성을 맺고 있어 주목된다.
G20는 1997년 혹독한 아시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국제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새로운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터져나오면서 등장한 회의체다. 1999년 9월 IMF(국제통화기금) 연차총회를 계기로 열린 G7 재무장관회의에서 G20 창설이 합의됐고 이어 재무장관 회의가 거듭되면서 정상회의로 승격되는 과정을 밟아왔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나라가 내년 G20 정상회의 의장 수임과 동시에 개최지로 확정된 것은 한국이 명실상부한 세계 글로벌 금융.경제 지배구조의 중심 무대에 선다는 상징성이 매우 크다는 게 외교가의 중론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단군 이래 가장 큰 외교행사를 치르는 것"이라고 표현한 것은 G20 체제가 갖는 '묵직한' 의미를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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