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ㆍ신흥 20개국(G20) 중 하나인 호주가 금리인상을 단행하자 우리나라도 금리인상을 포함한 '출구전략'(글로벌 금융위기 하에서 취해진 각종 거시경제 완화정책을 부작용 없이 서서히 거두는 것)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그동안 출구전략 논란이 수면 위로 오를 때마다 부정적 입장을 취하며 그 근거로 "국제 공조하에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밝혀왔기 때문이다.
이미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의 정책금리 인상 가능성을 점치며 채권금리가 뛰어오르는 등 호주 금리인상의 여파가 반영되고 있다.
◆ 정부 출구전략 시기상조 재확인
= 정부는 출구전략 시행에 대한 신중한 입장을 그대로 유지했다.
7일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호주와 단순 비교해 한국에서 금리 인상론이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호주는 기준금리가 금융위기 이후 7.25%에서 3.00%로 크게 떨어진 상황이었고, 경제도 올해 플러스 성장이 예상될 정도로 상황이 좋았다는 것.
반면 우리나라는 올해 -1.5% 성장 전망에 기준금리 인하폭(3.25%포인트)도 상대적으로 작다.
여기에 전기대비 성장률(GDP)이 2분기에 2.6%를 기록한 이후 재정 여력의 약화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된 점도 금리 인상의 부담으로 작용한다.
8월 설비투자는 전년동월 대비 16.6% 감소했고, 공공부문의 국ㄱ내 기계 수주는 15.7% 감소했다.
정부가 4분기 예산 가운데 10조원을 3분기에 앞당겨 쓰기로 한 만큼, 4분기에는 재정의 힘이 더욱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투기지역(강남 3구)에 대해서만 적용했던 총부채상환비율(DTI)를 수도권으로 확대한 이후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둔화된 점도 출구 전략 조기 시행 필요성을 약화시킨다.
◆시장은 이미 반응
= 하지만 시장에서는 정부의 의지와는 별개로 호주 중앙은행의 금리인상 영향이 반영되는 모습이다.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놓고 저울질하던 한은이 다음 '타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시장에 퍼진 것이다.
이날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은 4.47%로 호주가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한 뒤 이틀동안 0.13%포인트 올랐다.
국고채 5년물도 같은 기간 4.85%로 0.1%포인트 올랐으며, 1년만기 통화안정채권도 0.09%포인트 오른 3.63%를 기록해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회사채 3년물(AA-)도 5.49%에서 5.61%로 0.12%포인트 상승했고,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역시 0.02%포인트 오른 2.79%로 마감 고시해 2.8%대를 눈 앞에 두게 됐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 채권 시장은 호주가 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한국도 올릴 가능성이 커졌다며 반기는 분위기"라면서 "이달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11월 기준금리 인상을 염두한 상당히 강력한 발언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오준석 솔로몬투자증권 연구원도 "국내 채권시장은 당분간 호주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후유증을 앓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투협이 이날 발표한 '10월 채권시장지표 동향' 보고서는 "주요 경제지표의 개선과 출구전략에 대한 부담은 채권시장에 금리 상승 압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그러나 반대의 목소리도 있다. 오석태 SC제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채권 금리는 선반영된 부분이 크기 때문에 박스권에서 다소 오르다가 이내 안정을 되찾으면서 내년 초에나 상승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실물 경제 부문에서는 GDP가 2분기 '깜짝' 실적에 이어 3분기에 정부 전망(1%)과 근접하게 나타나거나 부동산 등의 자산가격 상승세가 계속될 때는 출구전략의 필요성이 커지게 된다.
IMF는 지난 6일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4분기 GDP 성장률은 전년동기대비 4.3% 성장해 대만(5.5%)에 이어 두번째를 기록하고, 동시에 물가상승률도 2.6%로 아이슬란드(11.7%)와 이스라엘(3.6%)에 이어 세번째로 높게 나올 것으로 평가했다.
우리나라의 소비자물가는 지난 8월 이미 30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6번째로 높은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아주경제= 김종원 기자,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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