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구의 기업노트) 花無十一紅(화무십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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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1-1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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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화무십일홍(只道花無十日紅, 그저 꽃이 피어야 10일을 못넘긴다고 하지만), 차화무일무춘풍(此花無日無春風, 이 꽃만은 날도 없고, 봄바람도 필요없다네.”
중국의 송(宋)나라의 시인인 양만리(楊萬里)가 월계(月桂)에 대하여 읊은 시의 일부분이다.

월계는 야생장미의 일종이며, 일년 사시사철 피는 꽃으로 유명하다. 위의 싯구는 이와 같은 월계의 특징과 예외성을 표현한 것인데 정작 이 시구는 ‘권불십년(權不十年, 10년 가는 권력없고), 花無十一紅(화무십일홍, 열흘 붉은 꽃 없다)’라는 글귀의 유래로 더욱 유명하다.

당초 작자의 의도와는 정반대의 뜻으로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어떤 문학작품이 애초에 지은 이의 의도와는 다른 뜻으로 세상에 널리 알려지고 사용된다는 것은 그만큼 그 내용이 세상의 이치를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그동안 인류의 역사는 세상의 권력과 아름다움과 부의 덧없을 잘 보여준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라는 세상의 이치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기업의 세계다. 기업을 둘러 싼  환경이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데다 변덕스러운 소비자들의 취향은 도무지 예측할 수 있는 길이 없어서 산업화 이후 수많은 기업들이 생겼다가 없어졌다.

한때 세계 자동차 산업을 쥐락펴락하다 몰락한 GM의 몰락이나 세계 젊은이들의 아이콘이었던 소니의 쇠락은 ‘영원한 승자는 없다’는 엄연한 이치를 잘 보여준다.

기업의 경영자들은 이같은 숙명을 벗기 위한 무모한 승부를 끊임없이 하고 있는 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이 잇단 승전보를 보내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에  소니와 파나소닉, 히타치 등 일본의 주요 전자회사 9개의 영업이익을 다 합친 것보다(1519억엔) 영업이익 3260억엔(4조2300억원)을 올렸다.

현대자동차 역시 3분기에 세계 시장에서 사상 최고인 8.2%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빅5’로 떠 올랐다.

이같은 기업들의 선전에 힘입어 올해 한국경제는 세계은행으로부터  “한국이 수출을 통해 아시아ㆍ태평양 지역의 경기회복을 이끌고 있다”는 상찬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승전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한번 잡은 승기를 놓지 않고 우리 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승자의 자리를 오랫동안 누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기업들이 지금의 작은 승리에 만족하지 않고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대해 지속적인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에 대해 장석인  산업연구원 성장동력실장은 “글로벌 위기 이후 우리산업에 유리하게 전개될 여건 변화에 부응해 신속한 리스트럭처링((restructring) 진행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이번 위기 극복과정에서 우리 주력산업이 보여준 성과와 세계시장 주도력을 상실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부디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지금 잡은 승기를 놓치지 않고 글로벌 리딩 기업으로 오랫동안 살아남아 양만리 싯구의 월계처럼 되길 바래본다.
 
“지도사무십년홍(只道社無十年興, 10년 흥한 기업 없다지만), 차사무일무춘풍(此社無日無春風, 이 기업만은 날도 없고, 봄바람도 필요없다네.)”

아주경제= 이형구 기자 scaler@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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