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법정시한인 12월2일까지 예산안이 반드시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선 반면, 민주당은 정부의 4대강 사업 착수에 거세게 반발하며 정상적 예산심의 불가 방침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당장 12일부터 시작될 국회 상임위별 예산안 심의는 4대강 사업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로 정무, 교과, 문방, 국토위 등 4~5개 상임위가 일정조차 잡지 못하는 등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정부가 4대강 사업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예산 심의를 제대로 할 수 없을 거라며 장외 투쟁 가능성까지 시사하고 나섰다. 이 때문에 헌법에 명시된 처리시한인 12월2일내 통과는 올해도 물 건너갔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경제 위기가 국민의 생계와 국가 장래를 위협하는 시기에 나라 살림이 정쟁의 볼모로 전락한 형국이다.
그렇지 않아도 정부 예산안 심의하는 데는 시간이 턱 없이 부족하다. 예산심의 기간이 120~240일에 이르는 주요 국가들과 달리 우리는 60일에 불과하다. 그마저 국정감사와 대정부 질문 등을 제외하면 실제 심의기간은 20일 정도다. 밤을 새워 심의해도 부족할 판인데 정쟁에 몰두하느라 그 시간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서는 안 된다.
물론 예산안 처리가 법정기일을 넘긴다고 해서 정부가 문 닫는 사태가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일이지만 준예산안을 편성하면 된다.
지난 1992년 이후 예산안 심의가 정상적으로 처리된 것은 1995년 한 번 뿐이다. 그러나 국회가 스스로 만든 법을 어기면서 누구에게 법을 지키라고 요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것도 매년 거듭되는 일이라면 차라리 법을 고치든지 없애는 게 나을 것이다. 국회가 법을 어기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더 이상 국민에게 보여서는 안 된다.
더구나 지금은 최악의 경제위기 상황이고, 민생의 고통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비상 국면이다.
하루라도 빨리 예산안을 처리해 재정지출을 늘림으로써 더 이상 경기가 악화되는 것을 막는 것이 다급한 실정이다.
예산안 통과 다음 날부터 바로 재정지출이 집행돼야 할 정도로 하루가 급한 마당에, 예산안 처리가 미뤄지면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투입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고, 일자리 창출, 저소득층 및 중소기업 지원 등도 지연된다.
시간을 놓치게 되면 막대한 혈세를 쏟아 부으면서도 기대한 성과는 거두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되는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또 예산안 늑장 심의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일정에 쫓기다 보면 심의가 부실해질 공산이 그만큼 커지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 헌법이 12월 2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하도록 규정한 것은 신년도 정부 시책의 차질 없는 집행을 위해서다.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각 부처가 예산배정 계획을 수립한 뒤 재정부의 자금배정 계획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실제로 예산이 집행되기까지는 30일이나 걸린다.
정상적인 법정기한 내에 예산안이 통과돼도 내년 초에 맞춰 집행하는 일정이 빠듯하다. 선제적인 대응은 못하더라도, 국회가 정부 정책의 발목을 잡아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지금 국민은 경제 살리기와 서민을 위한 예산집행이 조속히 이뤄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아주경제=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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