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車시장 지각변동<하>]한국車 활로는 ‘경쟁우위’ 실천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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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12-1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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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는 지난 2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엔젤레스의 LA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2009 LA 모터쇼(2009 Los Angeles Auto Show)’에서 ‘신형 쏘나타’를 해외시장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사진은 존 크라프칙(John krafcik) 현대차 미국판매법인장이 쏘나타 옆에서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현대·기아차 제공

대규모 합종연횡은 물론 다양한 신차와 저가차, 친환경차로 재편되는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자동차 업계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개발과 안정적 노사관계, 공격적 경영을 통한 경쟁우위를 실천하는 길 뿐이다.

세계 자동차시장 패러다임이 기존 픽업과 SUV 등 저연비 대형차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연비 친환경, 소형차로 변화하고 있는 만큼 이를 감지해 내는 예민한 더듬이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는 크게 봐서 경·소형차 분야에서 경쟁우위를 점하고 있는 한국 자동차업체가 한 단계 커 나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급성장하는 신흥시장의 현지 맞춤형 차량을 개발하고 다양한 마케팅을 펼쳐 급격한 성장세를 일궜다. 중국의 경우 현지형으로 개조한 쏘나타나 아반떼 덕에 판매량이 작년보다 50% 이상 늘었고, 인도도 i10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다. 유럽에서 히트를 치고 있는 ‘씨드’나 ‘i’시리즈도 마찬가지다.

덕분에 현대·기아차의 올해 3분기 경영실적은 선방했다. 영업이익이 9000억원, 영업이익률 7.1%로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하지만 이면에는 경쟁업체의 부진과 정부의 노후차 지원 정책, 환율효과가 자리하고 있다. 착시현상이라는 말이다.

주요 국가들이 폐차인센티브 등 수요 촉진 정책을 통해 자동차산업을 지원한 결과도 있다. 지원 대상이 소형차였던 만큼 소형차에 강점을 지닌 현대·기아차가 큰 수혜를 입은 것이다. 환율의 경우 올해 1~9월 평균 원/달러 환율은 1301.6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1013원)에 비해 28% 상승했다. 판매는 줄었는데 환율이 올라 매출 감소폭을 줄인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정책 효과가 줄고 경쟁사의 공세가 강화되면 현대·기아차에게는 큰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 경기가 회복되면서 주요국가의 자동차산업 지원 정책이 연말을 기점으로 종료되면 최대 수혜 시장이던 소형차시장 위축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지난 한해 GM, 크라이슬러는 파산을 겪었고, 세계 1위 도요타도 사상 처음 적자를 기록하는 등 극심한 실적 부진을 겪었다. 3분기 들어 공장폐쇄와 인원감축 등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해 최근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일본 업체들이 내년에 반격에 나설 경우 판매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말이다.

◆미래경쟁력 좌우할 R&D 투자 규모 늘려야

더 큰 문제는 향후 먹을거리를 만들어내야 하는 기술개발(R&D) 투자 규모에서 경쟁사에 뒤진다는 것이다. 지난해 현대·기아차의 R&D 투자 규모는 12억5000만 유로로, 76억1000만 유로를 투자한 도요타의 17%에 불과하고, 46억6000만 유로를 투자한 혼다의 25% 수준에 그친다.

핵심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의 R&D 투자도 6900만 유로로, 도요타 계열사인 덴소(24억7000만 유로)와 GM에서 독립한 델파이(13억6000만 유로) 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미래경쟁력인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 차세대 자동차 개발 경쟁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R&D 투자 규모의 절대적인 열세는 현대차에 향후 큰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해외에서의 선전이나 R&D 투자를 위한 선결과제는 ‘집안’ 단속이다. 파산을 경험한 GM 노조가 2015년까지 파업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듯, 글로벌 시장 선점 경쟁에서 노동 유연성 제고는 초일류 자동차기업이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특히 늘어나는 판매량에 맞추기 위해 생산 가동률 유지와 고용안정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노동 유연성’ 제고다. 안정적 노사관계 유지만이 변화에 따른 적응력을 높이는 최상의 길이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 빅3의 몰락에서도 배운 바다. 빅3의 몰락을 가중시킨 주요 원인이 ‘불안정한 노사관계’였기 때문이다. 여기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한국차 역시 빅3의 뒤를 밟을 수도 있다.

경험이 주는 교훈을 잊지 않은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은 이미 감산과 인원 조정, 플랫폼(차대)통합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다. 몸집을 줄이고 힘을 키워 더욱 막강해진 경쟁력을 앞세워 대반격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환율도 기댈 곳이 못된다. 엔고(高) 현상은 진정되고 있으나 원·달러 환율 하락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어 국산차 가격 경쟁력 약화를 부르고 있다. 당장 수출로 연명하는 기업들로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인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주요국의 경기부양 효과 소멸과 조기 출구전략 시행에 따른 이른바 ‘더블딥’가능성이다. 선제적 경영전략과 안정적 노사관계 구축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인 것이다. 

또한 글로벌 기업간 짝짓기로 친환경차 개발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친환경차 기술 선점도 중요한 과제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이끌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미 주요 선진국들은 전기차 등 친환경차 인프라 구축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국내는 내년에나 시범 운행을 하는 등 늦은 감이 있다.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R&D투자를 늘리고 안정적 노사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쟁업체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 이후를 대비해 왔기 때문에 내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원가와 품질 경쟁이 가속화할 것”이라며 “환율효과도 사라지고 있는 만큼 현대·기아차는 소모적 노사관계를 벗어나 협력적 관계를 구축하고, 원가 경쟁력 강화에도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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