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잇따라 금융기관 인수ㆍ합병(M&A)을 선언하며 뜨겁게 달아 올랐던 금융권 M&A의 온기가 온데간데 사라졌다.
시장에서는 아직 금융시장 및 자금 여건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금융지주사 회장들이 내년도 M&A 시장에서 선점효과를 누리기 위해 '언론플레이'를 했다고 보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강정원 KB금융지주 회장ㆍ민유성 산은금융지주 회장ㆍ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등은 지난 여름부터 우리금융지주 및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의지를 잇따라 피력했다.
강정원 회장은 외환은행에 대해 지난달부터 이달에 걸쳐 '인수의향 있음'을 여러차례 표명했다. 김승유 회장 역시 "외환은행 인수에 관심있다"고 인수 대상을 분명히 밝혔다. 민유성 회장 역시 지난 7월부터 외환은행을 비롯, 영업망을 갖춘 국내 금융사 인수에 관심을 보여왔다.
특히 하나금융의 경우 지난달 유상증자 및 예보의 우리금융 소수지분 매각을 앞두고 "하나금융이 우리금융을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을 시장에 흘려 우리금융 인수 분위기를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활발하던 금융권 M&A 움직임이 크게 둔화됐다. 지주사 대표들은 금융사 인수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으며 각사 관계자들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는 금융시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일반 기업체 M&A 및 이들에 대한 자금지원이 먼저라는 금융당국의 시선 때문이다.
지난달 27일 권혁세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민 회장의 외환은행 인수 의사에 대해 "지금은 산은금융이 M&A에 신경을 쓸 때가 아니다"라고 질타한 바 있다. 또 각 금융사들도 대내외 금융시장이 아직 불안해 건전성 확보 및 자본금 유보 차원에서 몸을 사리고 있다.
결국 각 금융지주사들이 내년에 있을 M&A 빅뱅에서 선점효과를 챙기기 위함이라는 분석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M&A를 지금 당장이라도 시도할 것처럼 말하던 개별 금융기관들이 최근 들어 잠잠한 것은 애초에 구체적인 계획 없었기 때문"이라며 "내년도 금융권 빅뱅을 앞두고 사전에 '구두효과'를 누리기 위함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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