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친화적 기업으로 인식돼 온 외국계 은행들이 정작 여성직원을 위한 편의시설을 갖추는데는 인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여성이 전체 직원의 절반을 차지하는 한국씨티은행은 여성휴게실 및 모유수유실이 단 한 곳도 없다.
또 보통 외국계 기업에서는 보편화된 '캐주얼데이(매주 금요일마다 직원들에게 자유 복장을 허용하는 제도)'도 도입하고 있지 않다.
한국씨티은행의 한 여성 직원은 "업무환경과 회사 분위기가 굉장히 보수적"이라며 "여성 직원들이 편히 쉴 수 있는 작은 휴게실 조차 없고 금요일에도 정장을 입고 나와야 한다"고 토로했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외국계은행이라고 하더라도 금융업무를 보기 때문에 보수적인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며 "여성 직원들이 절반을 차지하는 만큼 편의시설을 제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SC제일은행 역시 상황은 대동소이했다. 모유수유실과 여성휴게실이 있는 곳은 공평동 본사 10층 단 한 곳 뿐이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10층에 있는 공간을 여성휴게실 및 모유수유실로 겸용하고 있다"며 "다양성과 포용성 차원에서 다수를 위한 혜택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지 여성 복지에 소홀하지 않다"고 말했다.
SC제일은행에 입사해 3년째 일하고 있는 한 여직원은 "외국계은행이 여성임원을 많이 채용하는 등 여성친화적 기업이라고 인식돼 있지만 막상 평범한 여직원들을 위한 복지시설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특히 자녀를 둔 워킹맘들을 위한 시설은 더욱 찾기 힘들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은행권은 다른 업종에 비해 보수적인 측면이 있어 여성 직원을 배려하는 분위기가 정착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이 단순히 여성임원 및 직원 채용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을것"이라며 "다른 시중은행 보다 업무 환경이 자유롭고 평등한 외국계은행들이 여성직원의 편의를 보장하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mihole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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