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사람들 간의 네트워킹을 위해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한다. 학교 동창모임, 입사동기모임, 부서모임, 동아리모임 등 다양한 모임에 참여하면서 인간관계를 넓히려 노력한다.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끊임없이 최고위과정 등을 다니면서 인맥을 넓히는 것도 그 노력의 일부분이다. 해외 이민을 가면 종교 활동부터 하는 것도 이런 네트워크의 필요성 때문일 것이다. 수많은 조찬모임, 골프모임, 등산모임 그리고 저녁시간에 이어지는 술자리도 따지고 보면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 그들과 함께 뭔가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보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이런 활동을 꾸준하게 하면서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많은 기회가 주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물론 그 기회가 다 성공적일 수는 없겠지만 기회가 많아지는 것만은 틀림없다.
이런 만남의 문화, 인맥 형성의 문화가 정보화혁명이후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우리는 이를 흔히 Social Networking이라고 하는데 Social Networking이란 행동하는 사람들(Nodes)들이 상호의존적인 관계(tie)를 형성하는 것을 말한다. 문제는 이 관계가 매우 불특정하게 정렬되지 않은 상태로 복잡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구조자체는 과거 소통구조가 단순했던 시기 즉 인터넷이 탄생하기 전과는 매우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이 출현하기 전까지 인류는 1:1 의 소통방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그 이후 매스미디어의 출현으로 소통에 또 다른 혁신이 있었지만 이런 방법조차도 1:n의 소통밖에는 구현해내지 못했던 것이다.
이런 소통방법만으로는 정보의 양이나 경로가 지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현존하는 조직들의 형태도 이러한 소통경로에 따라 피라미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이 구조 하에서는 정보가 매우 불평등하게 편중되고 정보를 독점하는 세력들이 득세할 수밖에 없었다. 기득권이라는 것도 어쩌면 정보의 독점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Social Networking이 가능하게 된 인터넷 이후의 인간관계는 앞서 설명한대로 매우 불규칙적이고 대규모 집단적 소통이 가능해졌으며 정렬되지 않고 복잡하게 이루어지게 되었다. 끌리고 쏠리고 들끓는 형태로 집단 지성을 형성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언론에 주목을 받고 있는 Social Media 중 하나인 Twitter를 예로 들어 보자. Twitter는 아주 단순하다. 140자이내의 문자를 Twitter에 올리면 그를 보기로 결정한 Follower들이 그 글을 보는 것이다. 물론 글을 올리는 자도 다른 이의 글을 Follow 할 수 있다. 이렇게 형성되는 Node들의 관계는 계속 확장되어 간다. 어떤 이는 수 만 명의 Follower들이 그의 140자 문장을 보고 있다. 그것도 이제는 아이폰까지 동원하여 거의 실시간으로 소통이 가능하다. 사진이나 동영상 웹주소를 참조할 수 있게 되었고 인터넷 상의 신문기사를 바로 Twitter에 날리면서 자신의 의견을 첨부할 수도 있다.
140자의 내용은 그냥 잡담하듯, 골프 치며 잠시 시간이 있을 때 동반자에게 떠드는 것과 같은 이야기들이다. 무슨 밥을 먹는다느니, 날씨가 추운데 지금 뭐하고 있다느니 그렇다고 이런 내용만 올리는 것은 결코 아니다. 소설가 이외수씨 같은 분은 홍천 자택에서 3만 명이 넘는 Follower들과 거의 잠자는 시간만 빼고 늘 대화하고 있다. 아주 짧지만 멋진 글들이 올라와 Follower를 즐겁게 해 주기도 한다. 오프라인 파티에 가보면 여기저기를 왔다 갔다 하며 이사람 저 사람들과 이야기를 주고받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한 구석에서 친한 사람 한두 명과 줄기차게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이는 아예 혼자서 술만 마시는 사람도 있다. Twitter의 활동 또한 거의 비슷하다. 누구는 열심히 재잘거리면서 자신의 일상이나 생각들 계속 쏟아낸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역시 귀 기울이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마련이며 Follower들이 늘어난다.
그런데 이 과정이 마치 조각난 만남처럼 하찮게 보이지만 이 조각들이 뭔가를 위해 재구성될 때 큰 힘을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한 미술을 전공한 젊은이는 약 700여명의 Follower들과 늘 대화하며 지내고 있는데 그가 Twitter를 만나기 전에는 성당과 학교 네트워크에 국한되어 사람들을 만나고 있었다. 그러나 트윗에 700명이나 되는 Follower들과 대화를 시작한 이후로는 다양한 사람들과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이다. 어느 날 그 중 한 여의사와 진지한 대화를 시작했다. 그런데 그의 원래 꿈은 영화감독이었다고 한 것이다. 25살 나이에 원래 꿈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 좀 그렇다는 말에 많은 트위터들이 동감을 해 주었고 만약 그 의사가 영화감독을 할 수 있다면 음악을 맡아주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랬더니 미술, 작가, 카메라감독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참여의사를 밝힌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아주 작은 영화를 함께 만들어 보기로 결정했다.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과정을 잘 살펴보면 학연, 지연, 모임에서 사람들을 알기위해 보낸 시간을 모두 생략한 채 자신들의 생각을 조각으로 맞춰보고 그렇게 맞춰진 사람들과 오프라인에서 인간적 관계를 시작하게 된다. 어찌 보면 기존의 개념으로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과 뭔가를 하겠다고 나서는 것과 같아 보이지만 그들은 계속되는 이야기들 속에서 서로를 이미 알고 있었다고 봐야 한다. 다시 말해 처음에 사람을 만나는 과정이 달라졌을 뿐이지만 시간적으로 경제적으로 편해졌다고 해야 할 까? 물론 이런 방법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은 하루 종일 수백 수천 아니 수 만, 수 십 만 명과 잡담하며 자신과 생각을 같이하고 행동을 같이 할 사람을 결코 찾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소셜네트워크 안에서 살아가는 새로운 인류의 이야기다. 이들은 지금 광속으로 자라고 있다. 그들의 활약을 그냥 지켜만 볼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방법을 터득하여 인간적 관계를 만들어나갈 것인지 그것이 문제다.
* 전하진님이 지인들에게 보내는 이메일 칼럼을 편집해서 보냅니다. 전하진님은 벤처1세대로 대한민국 인터넷 비즈니스의 원조 세대 중 한 분입니다. 최근 '비즈 엘리트의 시대가 온다'는 신간을 펴냈는데, 이런 분들의 젊은 감각이 어우러져 미래가 차츰 개선되고 트렌드적으로 발달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최근에 한미파슨스라는 대한민국 넘버 원 부동산 개발 및 컨설팅 회사에 주택사업부문을 맡아 취업하셨다고 합니다. 좋은 일자리에서 비즈 엘리트로서 모범을 보여주시기를 기대합니다.^^
전하진 (www.hajin.com)
* ps *
- 제 트위터 아이디는 trendacademy 입니다. 트위터는 블로그보다 훨씬 쉽고 재미있습니다.
- 국가 원수도 트위터를 합니다. 며칠 전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가 시작을 했죠. 우리나라에서는 김연아 선수, 박중훈 배우, 이외수 작가,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 김주하 아나운서, 김형오 국회의장, 정종환 국토부 장관, 장태평 농수산장관, 정두언 의원, 이재오 국회권익위원장, 나경원 의원 등 유명한 사람들이 하고 있습니다. 왜 할까요? 자기를 확장하고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서입니다.
- 적어도 이렇게나마 소통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세상이 건강하게 유지되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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