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쟁점은..국제 금융안정망 구축 '제1주제'될 듯
IMF·WB 등 개혁, 국제 불균형 해소, 녹색성장분야 투자확대 등 주요 의제 거론
오는 11월에 열릴 제5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한국에서 열림에 따라 이 자리에서 어떤 주제들이 논의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성공적인 행사를 위해 준비할 과제 중 회원국이 논의할 의제를 설정하는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
그동안 세 차례의 G20 정상회의에서 토의한 의제는 매우 시의적절하고 포괄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 회의의 가장 주요한 의제는 경제 위기 이후 지향해야 할 새로운 국제경제 질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기존에 다뤄왔던 지속가능 성장, 국제기구 개혁, 글로벌 금융시장 규제 강화 방안 등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현안 산적..금융안전망 관심
11월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 방지 대책과 위기 이후 문제가 핵심의제가 될 전망이다. 경상수지 흑자국과 적자국 간의 불균형을 바로잡아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하는 뼈대도 이때 구체화된다.
관심을 모으는 부분은 이른바 '코리아 이니셔티브(Korea Initiative)'다. 의장국에 걸맞게 우리 정부가 목소리를 내오던 의제들이다. 예컨대 △신흥국의 자본이동성 배제 문제 △자본이동이 미약한 최빈국에 장기 개발금융을 제공하는 방안 △선진국의 금융규제 등이 꼽힌다.
특히 우리 정부가 방점을 찍은 글로벌 금융안전망(Financial Safety Net) 구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아세안+3(한국·중국·일본)'의 역내 상호 자금지원체계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 다자화기금 같은 안전망을 구축하자는 것이다.
대통령 직속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의 이창용 기획조정단장은 "아직 의제로 확정된 단계는 아니지만 국제 금융안전망 구축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제결제 통화를 보유하지 못한 신흥시장국들의 경우 국제 금융안정망이 구축되지 않았을 때 '만약의 위기'에 대비해 외환보유액 확충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도 "자본 이동에 따른 변동성을 완화하는 방안을 중요 이슈로 다룰 것"이라며 "우리는 이 과정에서 코리아 이니셔티브를 주창할 것인데 신흥국의 자본 이동성 배제 문제, 최빈국에 장기 개발금융 제공, 선진국에 대한 금융규제가 주요 내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규제·국제기구 개혁 향방 주목
금융규제와 국제기구 개혁의 향방도 관심사다.
은행에 대한 자본규제는 이미 국제 은행감독기구인 바젤위원회(BSBC)가 지난달 17일 시안을 발표했으며 의견수렴을 거쳐 올해 말까지 확정한다. 은행 자본규제를 강화하고 과도한 확장경영을 막기 위해 레버리지비율을 도입하는 게 골자다.
임직원의 단기성과와 이익창출과 연계된 보상구조가 금융회사의 과도한 위험 선호를 일으켰다는 반성 아래 보상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도 진척되고 있다. 대형 다국적 금융기관 등에 대한 감독강화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의제로 꼽힌다.
국제기구 개혁은 일단 IMF와 세계은행 쪽에서 구체화되고 있다.
IMF의 지배구조과 관련해서는 현재 IMF의 의사결정이 미국, 일본, 독일 등 5개국에 크게 좌우되고 있는데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지분구조는 IMF 설립 당시의 여건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세계경제질서가 기존 미국, 유럽에서 아시아, 남미 등 신흥국들로 다극화되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신흥국들은 자신들의 발언권을 높이기 위해 추가 쿼터 배분을 포함해 IMF의 운영방식 전반에 대한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IMF 쿼터 개혁을 놓고는 과다보유국에서 과소보유국인 신흥·개도국으로 5% 이상의 쿼터를 넘기는 방안이 추진된다. 현재 60%인 선진국 지분을 55% 이하로 낮춘다는 의미다.
세계은행의 투표권 개혁안도 1단계 개혁에서 1.46% 증가한 것에 추가해 과소대표된 신흥개도국 등에 3% 이상의 투표권 이전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밖에 서울회의 테이블에는 기후변화와 관련한 녹색성장 분야의 투자 확대와 녹색기술의 국제협력, 빈곤국에 대한 공적개발원조(ODA) 확대 등도 오를 전망이다.
◆험로 예상..곳곳에 암초
G20 정상회의에서 다뤄질 의제들만 보더라도 험로가 예견된다.
우선 국제적 금융 안전망(safety net)을 확충하는 방안은 쉬운 주제가 아니다. 신흥국들은 비(非) 기축통화국의 금융안정을 위해 IMF의 기능확대, 역내 안전망 확충 등을 요구하고 있으나 선진국들과 이해관계가 어긋날 수 있는 부분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등 국제금융기구 개혁 문제도 선진국과 개도국 간 주도권 다툼의 대상이다.
개도국은 신흥국의 경제력 비중이 높아진 것을 반영해 지분을 늘리겠다는 입장인 반면 영향력 축소를 우려한 유럽 국가들은 소극적 태도로 임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성장' 문제의 경우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해소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싸움이 예상된다. 미국은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상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중국은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기후변화 문제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작년 코펜하겐에서 열린 제15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협정이 아닌 정치적 선언 수준으로 끝난 데다 핵심쟁점인 국가별 감축목표나 재정지원 분담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대내적으로는 G20에서 논의할 의제 및 협상전략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전담기구를 정부에 마련하고 대외적으로는 전 세계 각 분야의 민간 및 시장전문가와의 회의 및 모임을 체계적으로 기획해서 이 결과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신흥시장국의 이해관계를 좀 더 적절하게 의제에 반영하기 위해서 비G20 국가와의 적극적인 대화채널을 마련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아주경제= 서영백 기자 inch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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