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사들은 휴대전화 이용자들이 통신회사를 옮기듯 펀드 가입자가 이미 가입한 펀드의 판매사를 마음대로 옮길 수 있게 되면 핵심 경쟁력은 자산관리 서비스 차별화에 있을 것으로 보고 자산관리 관련 조직을 확대.개편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
이번 제도 시행으로 판매사들이 더 저렴한 가격에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유도, 판매수수료가 인하되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12일 금융감독당국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25일부터 펀드 가입자가 이미 가입한 펀드의 판매회사를 마음대로 옮길 수 있는 펀드판매사 이동제가 시행된다.
금감원 국장을 팀장으로 금융투자협회, 펀드판매사 등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펀드판매사 이동제 태스크포스 관계자는 "전산시스템 테스트 등을 거쳐 25일부터 펀드판매사들 간 펀드이동에 관한 프로세스를 규정한 규약을 정비, 펀드판매이동제를 시행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펀드에 가입한 고객은 자신의 펀드를 관리해주기를 원하는 은행, 증권회사, 보험사 등 판매사에 가서 펀드를 옮기겠다고 신청만 하면 이전 판매사를 방문하지 않고도 판매사를 옮길 수 있다.
펀드 판매사 이동제의 대상이 되는 펀드는 모든 공모펀드다. 다만 장기주식형 펀드 등 세제혜택펀드와 머니마켓펀드(MMF), 역외펀드는 세제문제와 이동실효성 문제 때문에 펀드 판매사 이동제 적용이 한동안 유예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객이 판매사를 한 번 이동하면 3개월 간 이동을 제한하는 경과규정도 도입될 전망이다.
펀드판매사 이동제 시행이 눈앞에 다가옴에 따라 증권사들은 자산관리 조직과 시스템을 확대.재정비 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31명으로 구성된 투자컨설팅 조직을 운영중인 삼성증권은 작년 말 조직개편을 통해 초고액자산가 전담 사업부를 신설, 자산관리 관련 조직을 확대했다. 삼성증권은 기존에 고액투자자들에게만 제공되던 자산관리서비스를 대중화시켜 타사와 은행권 고객을 끌어들인다는 기치아래 자산배분 보고서 발간을 확대하고 투자포트폴리오에 대한 실시간 성과점검과 전략제공 등 서비스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투자자들의 이동에 대비해 새로 124개 펀드를 라인업에 추가하기도 했다.
40명으로 구성된 자산운용 컨설팅과 자산관리 조직을 운용하고 있는 미래에셋증권은 작년말 고액자산가 영업의 구심점이 될 자산관리센터(WM센터)를 신설했으며, 고객의 재무목표에 맞는 개별자산배분전략을 제시해주는 종합자산관리시스템 '웰스플러스'를 운영하고 있다.
대신증권은 시장상황에 따라 다양한 시나리오와 포트폴리오 제공을 지원하는 40명 규모의 자산관리 컨설팅 조직인 로직 앤 포트폴리오 센터를 신설하고 고객의 자산을 종합적으로 관리해주는 '금융주치의'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대증권은 기존 투자분석부와 WM컨설팅센터를 통합해 올해 22명 규모의 투자컨설팅센터를 출범시켰다. 국내주식형펀드의 주가수익비율(PER) 등 펀더멘털 지표를 개발해 심층분석해온 현대증권은 향후 개별 펀드의 수익률, 수급, 위험도 뿐 아니라 펀더멘털 지표를 통해 종합적인 분석을 하는 펀드심층보고서 발간을 늘릴 계획이다.
동양종합금융증권은 16명 규모의 자산관리서비스조직을 바탕으로 '동양WMS(자산관리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향후 펀드운용성과와 설정액에 큰 변화가 생길 경우 고객에게 자동으로 안내해주는 펀드검진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우리투자증권과 하나대투증권은 자산배분전략과 투자전략을 리서치센터 등 여러부서가 협의해 결정하는 위원회를 운영, '전략의 질'을 높이고 있다.
IBK투자증권은 국내 주식형펀드 가입자(적립식 펀드의 경우 분기당 60만원 이상 불입자)에게 풋주식워런트증권(ELW)을 무료로 제공해 펀드에서 손실이 날 경우 만회해주는 펀드 애프터서비스(AS) 플랜을 시작했다.
키움증권은 기존에 판매되고 있는 펀드 49종에 대해 판매수수료를 면제했다.
반면 대우증권은 기존에 20명 규모의 자산관리컨설팅연구소를 운영해오다 이를 없애고, 해당 인력을 상품전략부와 PB컨설팅팀으로 분산시켰다.
이같이 증권사들이 펀드판매사 이동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은행들도 펀드가입자 관리에 나서고 있다.
국내 최대 펀드 판매사인 국민은행은 이메일을 통해 펀드가입 고객에게 시장전망 보고서를 보내고 있으며, 신한은행도 펀드 목표수익률 달성 또는 변동시 휴대전화를 통해 문자메시지로 통보해주는 서비스를 운영중이다.
펀드판매사별 비중은 작년말 현재 증권이 53.9%, 은행이 37.3%, 보험이 4.1%를 각각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펀드판매사 이동제가 시행될 경우 증권사에 유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토러스투자증권 원재웅 애널리스트는 "은행이 지점수가 많아서 펀드판매를 많이 했지만, 증권사들이 사후관리서비스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은행보다는 펀드나 연계상품에 보다 친숙하기 때문에 펀드판매사 이동제가 시행되면 증권사들의 점유율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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