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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태성의 금융프리즘) 미소금융, 유누스의 지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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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1-20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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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가장 위대한 언어다(Money is the biggest langauge)"

마이크로크레딧의 아버지라 불리는 방글라데시의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은행 총재의 말이다.

유누스 총재의 발언은 금융소외자들에 대한 지원이 얼마나 의미있고 중요한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2008년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마이크로크레딧의 진정한 성공을 위해서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단순히 돈을 공급하는 것을 넘어 인간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유누스 총재는 극단적인 예를 들었다. 만약 파리에서 태어난 아이가 방글라데시의 거리에 버려진다면 그 아이는 어떻게 될까.

비록 부랑아가 될지는 몰라도 방글라데시에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가난은 가정환경과 사회적 시스템에 의한 것이지 가난하게 살 수 밖에 없는 본성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다.

마이크로크레딧의 역사가 된 그라민뱅크는 1970년대 초 유누스 총재가 고리대금업자의 횡포에 시달리는 인근 주민들에게 27달러를 빌려주며 시작됐다.

그라민뱅크는 사업 초기 3년 동안 500여 가구를 절대빈곤에서 벗어나게 했다. 극빈자에 대한 무담보 대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법인으로 설립된 이후에는 99%라는 놀라운 회수율을 기록하는 대성공을 거뒀다.

그라민뱅크의 지원으로 지금까지 800만명에 육박하는 대출자의 60%가 가난에서 탈출했다. 유누스 총재는 1984년 막사이사이상 수상을 비롯해 2006년 노벨평화상을 받으며 전세계적인 존경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유누스 총재의 마이크로크레딧 사업 성공의 비결은 바로 소외받은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이해였다. 

이명박 정부가 친서민 정책의 일환으로 야심차게 시작한 미소금융사업이 출범한지 1개월이 지났다.

지금까지 기업과 은행권 미소금융재단 및 지부 14개와 미소금융중앙재단 7개가 생겼다. 상반기에만 50개 이상의 미소금융 지점이 설립된단다.

그러나 대출실적은 초라하다. 미소금융지점에 방문한 사람은 1만3400여명. 이중 상담을 받은 사람은 8100명이다. 

지난 12일까지 상담자 중 대출을 받은 사람은 0.3%인 20명에 머물렀다. 현장에서는 대출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소금융사업은 제도권 금융기관을 이용하기 어려운 신용도 7등급 이하인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다.
이들에게 창업자금의 50% 이상 확보와 보유재산 대비 채무액 50% 이하 등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 아닐까.

미소금융지점을 방문한 대다수 사람들은 사업자 등록 후 2년 이상 영업을 유지해야 운영·시설자금을 대출해준다는 것과 프랜차이즈 창업자금 지원 업체 종류가 9개로 한정돼 있다는 사실도 잘 알지 못한다.

김승유 미소금융재단 이사장이 개선안을 마련하겠다지만 도덕적 해이 운운하는 지금 분위기에서 별다른 개선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소금융도 돈이 오가는 어엿한 사업이다. 무작정 퍼주기식의 지원도 금물이다. 그러나 사업의 본래 취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볼 문제다.

실업자 400만 시대다. 서민들의 삶은 더욱 힘들다. 이들이 얼굴에 미소를 지을 수 있도록 유누스 총재의 지혜를 빌리는 것은 어떨까. 

아주경제= 민태성 기자 tsmi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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