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스위스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된 163개국의 환경성과지수에서 우리나라 순위가 지난해보다 43단계나 떨어진 94위를 차지한 것을 계기로 정부의 환경정책 전반적인 시스템에 대한 개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구체적인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이 각 부처별이나 지자체별로 시행되고 있어 정책의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녹색성장 전반을 총괄하기 위해 탄생한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는 각 부처의 이해조정과 정책추진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각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참여한 통합되고 조정된 국가차원의 저탄소 녹색성장 거버넌스가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저탄소 녹색성장에 대한 정부의 콘트롤 타워가 부재하다는 지적은 여러 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일례로 환경부가 지난해 12월 4일 기업환경 개선 대책의 일환으로 대기 분야 환경규제를 투입·과정상의 규제를 없애고 최종성과(배출)기준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하자, 울산 지역 기업체들은 가격이 싼 고체 연료 허용 지침이 마련됐다고 판단, LNG 발전보일러를 석탄을 사용하는 발전설비로 바꾸겠다고 나섰다.
환경부 관계자는 "대기환경 영향이나 기후변화 영향을 고려해 자치단체장이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것"이라고 한 발 뺐지만, 기업환경개선 정책과 저탄소 실현 정책이 충돌을 일으킨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김형근 울산환경운동연합 기획실장은 "고체연료를 사용하겠다고 나선 기업체에서는 LNG를 쓰고 싶지만 가격이 높아서 못 쓰겠다고 말한다"며 "경제성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 부분도 따져봐야 하는데 그런 고려가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황상규 영국표준협회(BSI) 전문위원은 "기업 차원에서 볼 때 단기적인 이익관계를 판단하고 비용-효과적으로 판단할 수 있지만, 저탄소 녹색이라는 큰 틀에서 생각에서 보면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표면에 내세워야 각 부처와 지자체가 예산 사업을 벌이기 쉬운 측면이 크다.
실제로 산림청은 '산림탄소순환마을' 사업을 환경부는 '저탄소 녹색마을'을 농림수산식품부는 '농촌형 에너지자립 녹색마을'을 조성하는 등 여러부처에서 녹색마을 조성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그 차이가 크지 않은 문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사업의 실효성에 대한 고려나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안을 마련하기에 앞서 각 부처가 경쟁적으로 예산 사업을 벌이고 있는 점도 문제다.
손형진 녹색연합 간사는 "통합적 관리 없이 부처별로 추진되는 사업이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며 "각 부처별 사업이 개별적으로 추진되면서 예산만 낭비하고 실효성을 담아내지 못할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오는 3월 정해지는 기후변화 주무부처로 선정되기 위한 지식경제부와 환경부의 '싸움'도 지리한 공방을 계속하고 있다.
양 부처는 온실가스 배출 데이터(인벤토리) 작성 사업과 배출권거래제 총괄 부처로 선정돼기 위해 양보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범정부적 콘트롤 타워 부재 비판은 대통령직속 녹색성장위원회의 한계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녹색성장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는 많은 위원들이 각 부처에서 파견나온 공무원으로 구성돼 자신이 소속된 부처의 눈치를 살피고 권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인 중앙대학교 교수는 "국가 차원의 거버넌스를 마련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녹색성장위원회의 역할을 적립하는 것"이라며 "현재 녹색위의 기능은 각 부처에서 파견된 공무원이 다수를 이루면서 통합적이고 객관적인 얘기가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최종 결정을 할 수 없는 한계로 인해 각 부처의 조정을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녹색성장을 위한 정책이 '저비용 고효율성'을 담보하는 방식으로 정책 정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장영기 수원대학교 교수는 "지금 같이 모든부처, 모든 분야에서 녹색성장 대책이라고 내세우는 백화점식은 사회적인 고비용만 초래하고 정작 효과는 나타나지 않을 우려가 크다"며 "작은 비용으로 효과가 크게 나타날 수 있도록 정책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크게 보면 정책의 우선순위를 배정하는 것은 분배의 문제"라고 지적한 뒤 "중앙-지방정부, 대-중소기업, 시민단체-일반시민 등이 모두 참여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 정책의 우선순위를 교통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주경제= 김종원 기자 jjo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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