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채권(NPL) 매입을 위해 지난해 설립한 연합자산관리(유암코)가 기대에 못 미치는 저조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설립한 유암코는 지난해 신한은행이 매각한 1026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785억원에 인수하는 단 1건의 성과를 올리는데 그쳤다.
현재 하나은행의 2300억원 규모 부실채권 매각 입찰에도 참여했지만 경쟁업체가 많아 결과가 불투명하다.
당초 국민·우리·신한·기업·하나·농협중앙회 등 6개 금융기관들이 1조5000억원(출자금 1조원, 대출금 5000억원) 씩을 공동 출연해 만든 유암코는 5조원까지 레버리지를 일으켜 부실채권을 적극적으로 인수할 계획이었지만 취지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국내 배드뱅크 시장을 선점하던 자산관리공사(캠코)와 상호저축은행 등은 금융위기를 이용해 모처럼 만에 실력발휘에 나서고 있다.
캠코는 지난해 선박·부동산 등을 중심으로 전년(2조7834억원)의 4배 가까운 9조5605억원의 부실채권을 인수했다. 올해는 구조조정기금 10조원을 투입해 15조원 가량의 부실채권을 인수할 계획이다.
저축은행들도 유암코와의 부실채권 입찰 경쟁에서 번번이 이기며 많은 규모의 부실자산을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유암코는 배드뱅크시장의 진입장벽을 뚫지 못하고 업권의 언저리에서만 돌고 있는 셈이다.
설립과 함께 부진을 면치 못한 유암코는 올해도 만만치 않은 한해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부실채권 시장이 지난해 보다 많은 최소 15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파이를 두고 기존 기관들 간의 경쟁이 가속화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우리F&I 관계자는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 비교공시가 도입되기 때문에 은행권의 NPL 처리가 본격화할 것"이라며 "올해는 기업구조조정채권 등 특수채권이 크게 늘고 매수 시장도 상호저축은행이나 펀드 등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IFRS가 도입되면 은행권이 사후정산 방식을 적용하는 캠코에 부실채권을 팔아도 매각이 인정되지 않아 부실채권 비율을 낮추기 어렵다. 때문에 올해 안에 캠코에 부실채권을 매각하려는 손길이 바빠질 전망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유암코가 배드뱅크 시장의 진입장벽을 뚫기 어려운만큼 특정 부문의 부실채권을 매입해 전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전용식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유암코가 등장했다고 해서 실질적인 경쟁구도가 실현되기 어려우며 각기 다른 시장을 찾을 수 밖에 없다"며 "경쟁력있는 부분을 찾아서 그 부문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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