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 오너 일가가 채권단의 압박에 결국 백기를 들면서 그룹의 구조조정이 새국면에 접어들었다.
8일 금호의 대주주 모두가 경영권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에게 계열사 보유지분을 담보로 제공키로 결정함에 따라 그룹 구조조정에도 가속도가 붙게 됐다.
금호그룹 채권단은 당초 계획대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워크아웃, 금호석유화학과 아시아나항공은 자율협약 등의 방식으로 그룹 정상화를 추진키로 했다.
이에 따라 채권단 측도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에 대해 노동조합의 동의서가 제출되면 신속히 자금을 지원하는 등 4개 계열사들의 경영정상화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채권단은 그룹 오너 일가가 계열사들을 분리 경영토록 하는 방침도 추가로 정했다.
지주회사격인 금호석유화학의 경우 박찬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화학부문 회장 부자와 고(故) 박정구 명예회장 장남인 박철완 그룹 전략경영본부 부장이 경영을 맡는다.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이 경영한다.
금호그룹 전체에 대해서는 박삼구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남게 된다.
그러나 아시아나항공과 나머지 계열사들에 대해서는 채권단 협의 등을 통해 추후 경영 주체를 결정키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금호산업으로 지분환원 조치가 강구되고 있어 제외됐다는 것이 관계자측 설명이다.
이처럼 3개 가계가 재산을 분할하면서 구조조정 결과에 따라 계열 분리가 이뤄질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같은 금호그룹의 계열사 분리경영 방안은 향후에 채권단의 협의를 거쳐 양해각서(MOU)에 따라 실행될 전망이다.
이달 말까지 금호그룹 경영정상화 방안에 대한 큰 그림을 마련하고 내달까지 세부방안을 확정해 구조조정을 진행키로 했다.
한편, 업계에서도 이번 금호 사태가 미치는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주채권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하고 이행중인 동부그룹, 동양메이저, 애경, 유진, 대한전선 등의 기업들도 이같은 사태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동부하이텍의 반도체부문 실적악화로 유동성 위기에 처했던 동부그룹은 김준기 회장이 3000억원의 사재를 털어 동부메탈 지분을 인수하고 보유 부동산과 유가증권, 동부하이텍 농업부문과 유화부문 매각을 추진하는 등 적극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동부그룹 관계자는 "금호그룹은 그룹전체의 유동성 문제인데 반해 동부는 반도체 부문의 재무구조 개선에 국한돼있어 근본적으로 문제가 다르다"며 "재무구조개선 약정이행에서 더 나아가 반도체 부문을 어떻게든 회생시키겠다는 의지가 더 강하다"고 강조했다.
아주경제= 이미경 기자 esit917@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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