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보스턴 필라델피아 볼티모어 워싱턴. 미국을 대표하는 대도시들이다. 또 모두 미국 북동부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 이들 도시를 연결하면 길이가 무려 970㎞에 이르고 면적은 1만3700㎢ 정도라고 한다. 면적은 1.8%에 불과하지만 미국 인구의 20%를 웃도는 3700만명이 이 곳에 살고 있다.
우크라이나 태생의 프랑스 지리학자 장 고트망(Jean Gottman)은 그의 저서 '메갈로폴리스(Megalopolis)'에서 미국 동해안지역의 연속된 도시화 지역을 가리켜 거대도시가 하나의 띠로 형성된 초거대도시 즉, 메갈로폴리스라고 명명했다. 메갈로폴리스는 미국의 경제와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을 뿐만 지구상에서도 가장 중요한 거대도시축을 형성하고 있다. 메갈로폴리스에 견줄만한 도시지역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영국의 런던~리버풀, 독일의 라인공업지대, 일본의 도쿄~나고야~오사카 등이 새로운 메갈로폴리스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가 경인메갈로폴리스 구축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최근 있었던 수도권 광역경제발전위원회에서 오세훈 시장이 제안하고 경기도와 인천시가 받아들이는 모양새로 합의가 도출됐다. 서울과 인천, 경기도가 국토에 대한 계획과 실천을 함께 이뤄가자는 것이다.
이들 3개 지자체장은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권, 일본 도쿄와 오사카권 등 동북아시아 국가 대도시권도 관광, 경제 등 거의 모든 분야에 걸쳐 무한경쟁구도로 접어들고 있다며 우리나라 수도권도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 광역적이고 거시적인 개발이 필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가로막는 규제완화도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도시계획을 광역적이고 거시적 계획으로 개편하기 위한 '수도권 광역인프라기획단'을 상반기중에 설치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안도 내놓았다. 서울을 축으로 한 수도권 개발에 있어 지자체의 입장에 따라 날선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진일보한 발상이며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리고 이 시점에서?"라는 생각이 자꾸 드는 것은 너무 앞선 것일까. 지금 정치권은 세종시 문제로 다툼만이 있는 세상이다. 합리적인 토론은 찾아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로 인한 국론분열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세종시 문제가 첨예한 상황에서 수도권 3개 지자체장이 만나 수도권 광역개발에 공동으로 나서겠다는 것은 안 그래도 수도권 집중화 논란에 또 다른 기름을 붙는 격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100여일 후에는 지자체장 선거가 있다. 그리고 3개 지자체장 모두 출사표를 던진 상황이다. 그래서 '선거용 공약'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의 법 체계에서도 3개 지자체장이 얼마든지 광역적이고 체계적인 개발을 할 수 있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법률'에 따르면 2개 이상의 도시에 걸쳐 개발이 필요한 경우 각 지자체장이 공동으로 개발계획을 수립해 개발을 할 수 있다. 지금도 언제든지 토론과 협의를 통해 훌륭한 도시계획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심도 광역급행철도나 지하도로 등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서로의 입장만 강변하고 있다. 그래서 형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내용이 중요하다. 경인메갈로폴리스에 대한 형식적인 그림보다는 진지한 대화와 토론, 그리고 상대방에 대한 이해가 더 중요한 시점이다.
아주경제= 김영배 기자 you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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