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자동차 리콜 사태가 도요다 가문 4세 경영 체제를 흔들고 있다. 1000만대에 달하는 리콜 사태 이후 미국 내에서는 사망 사고와 중고차 가격 하락에 따른 소송이 잇따르고 있어 도요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창업주 도요타 기이치로(喜一郎)의 장손인 도요다 아키오(豊田 章男·54) 사장의 취임이 1년도 안 된 시점이다.
사태의 최대 분수령은 이달 말이 될 전망이다. 아키오 사장은 17일 일본 도쿄 본사에서 리콜과 관련한 세 번째 기자회견을 갖는다. 오는 24~25일과 내달 2일로 예정돼 있는 미 의회 청문회 참석도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번 사태를 원만히 수습하면 그는 자신의 경영 체제를 보다 확고히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 도요타의 신뢰도 추락은 물론 그 책임을 질 수도 있는 상태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누적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2009년 6월 취임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그의 경영능력은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미국 언론들은 이번 리콜 문제를 연일 대서특필하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자동차의 독주를 구경할 수 밖에 없었던 ‘설움’을 한 번에 폭발시키는 형국이다.
도요타도 매일 쏟아지는 새로운 의혹에 속수무책이다. 일각에서는 아키오 사장의 대처에 문제제기를 했다. 뒤늦은 대처로 사태를 더욱 키웠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5년만의 도요다 일가 경영 일선 복귀를 ‘대정봉환’(大政奉還: 1867년 일본 바쿠후(幕府)가 천황에게 국가 통치권을 돌려준 일)이라 칭하며 대서특필 일본 언론들 역시 그의 위기해결 능력을 주시하고 있다.
도요타그룹은 지난 1990년대까지 도요다 일가를 구심점으로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로 성장해 왔다.
도요다 에이지(英二, 1967~1982) 도요타 쇼이치로(章一郞, 1982~1992)는 각각 도요타를 글로벌 톱 자동차 제조사로 성장시키는 토대를 닦았다.
하지만 일본이 10년 동안의 장기 불황을 맞자 1995년 오쿠다 히로시(奧田碩)를 비롯 전문경영인들이 전면에 나섰다. 위기 때마다 전문 경영인 체제를 등장시키는 것은 도요타그룹의 특징이다.
아키오 사장의 등장은 장기 불황의 끝과 동시에 도요타그룹에서 일본 ‘천황가’로 불리는 도요다 일가의 일선 복귀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취임 직후부터 글로벌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며 순항할 듯 보였던 아키오 체제는 시작부터 흔들리게 된 것이다.
연간 전체 생산량과 맞먹는 800만대에 달하는 대량 리콜과 이에 따른 미국 내 생산공장 중단, 신뢰도 하락은 ‘품질의 도요타’를 내세웠던 도요타에 끝을 알 수 없는 타격이다.
사태가 일파만파 퍼지자 아키오 사장은 이달 초 두 차례의 기자회견을 통해 고개를 숙이며 사죄했다. 하지만 불신의 눈길은 여전하다. 게다가 미국 내 페달 결함 및 급발진 사고로 인한 소송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잠잠하던 일본 언론조차 “도요타 4세 경영이 시작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아키오 사장이 ‘도요타 쇼크’로 불리는 이번 위기를 극복하고 새 ‘도요타 웨이’를 쓸 수 있을 지, 아니면 1년도 안돼 전문경영인 출신의 또 다른 ‘구원투수’를 맞이하게 될 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nero@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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