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 G20…글로벌 리더 국가로] 커지는 亞시장…힘 빠지는 '무역독식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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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2-17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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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미국과 중국은 과거 어느 때보다 공조 수위를 높이며 주요 2개국(G2)시대의 막을 올렸다. 미국 월가에서 비롯된 금융위기는 미국 경제를 뒤흔들었고 파장은 이내 전 세계로 확산됐다. 위기감 속에 먼저 구애의 손길을 내민 쪽은 미국이었다. 지난해 7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제대화가 계기가 됐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개막 연설에서 맹자를 인용하며 양국간 지속적인 대화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등 오바마 행정부 주요인사들도 뒤질세라 중국 고사성어와 속담을 입에 올렸다. 미국은 위안화 절상문제는 물론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미국의 이런 태도는 그만큼 높아진 중국의 위상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같은해 11월 취임 후 첫 중국 방문에서도 거듭 화해의 손짓을 내보여 미 보수층으로부터 '저자세 외교'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최근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무역 불균형이 냉매로 작용했다. 지난해 중순 미국이 중국산 타이어에 반덤핑관세를 부과하면서 불거진 양국간 무역 보복전은 최근에는 외교적 마찰로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통해 G7이 쥐고 있던 세계 경제 헤게모니를 G20으로 확산시키고자 하는 우리나라에는 악재가 아닐 수 없다. 국제 공조를 통한 위기 탈출을 주도해온 G2의 분열은 세계 경제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자아내고 있다.

◇美, '공정무역' 주장…보호무역 조장 우려
미국은 중국 등 아시아지역 국가들이 환율조작과 같은 불공정한 방법으로 수출 주도형 경제를 이끌고 있다고 비판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직접 나서 아시아지역 국가들의 통화가치가 절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출에 유리하게 통화가치가 낮게 설정돼 있어 미국이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에 대한 위안화 절상요구는 단골메뉴로 등장한다.

미 정부는 최근 불거진 도요타의 대규모 리콜사태도 자동차 무역의 불공정성을 주장하는 근거로 활용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 정부가 최근 아시아지역 국가의 불공정무역을 크게 문제삼고 나선 것은 악화되고 있는 국내 여론을 의식한 결과라고 풀이하고 있다. 천문학적인 경기부양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실업률이 급등하는 등 경기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핑곗거리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 가진 새해 국정연설에서 수출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의 공정무역 주장이 자칫 보호무역주의를 확산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미국만 무역적자와 고용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독립 보호무역 연구기관인 세계무역경고(Global Trade AlertㆍGTA)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11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세계 각국이 취한 보호무역 조치는 모두 353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이웃국가를 거지로 만드는 이른바 근린궁핍화정책(beggar-thy-neighbor policy)은 297건이다. 이는 같은 기간 행해진 무역자유화 조치보다 6배나 많은 것이다.

보고서는 특히 지난해 11~12월 두 달간 105건의 보호무역조치가 취해지는 등 보호무역주의가 최근 크게 강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亞, 세계 최대시장 부상…美 '무역독식론' 힘 빠져
미국의 교역 상대국들은 무역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는 미국의 주장은 몰염치의 산물이라고 꼬집고 있다. 산업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남 탓만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미국이 문제삼고 있는 중국은 이제 더 이상 세계 최대의 공장이 아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수출국임과 동시에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서의 새 위상을 다지고 있는 중이다. 세계 경제가 벼랑 끝에서 뒷걸음칠 수 있었던 것이 중국의 경기부양력 덕분이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해 독일은 중국에 세계 최대 수출국 지위를 넘겨 줬다. 이에 대해 독일 코메르츠방크의 시몬 융커 이코노미스트는 "구조적인 문제 탓"이라고 지적했다. 독일이 유럽 내 교역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의 전반적인 경기가 악화돼 수출이 부진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중국이 세계 최대 소비시장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은 이제 익숙한 얘기다. 중국 등 아시아지역을 비롯한 신흥시장이 세계 무역을 독식하고 있다는 미국의 주장이 설 자리를 잃게 되는 셈이다. 미국은 지난해 11월 대(對) 중국 무역흑자 규모가 73억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중국의 경기부양책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더욱이 올해 중국과 아세안 사이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돼 세계 최대 경제 블록이 탄생하는 등 아시아 역내 교역 수위는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다. 중국과 자웅을 겨루고 있는 인도도 우리나라와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을 맺는 등 아시아지역 경제 블록화에 앞장서고 있다. 가뜩이나 세계 교역량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잠재력이 큰 아시아지역을 상대로 딴지를 걸어봐야 득될 게 없다는 얘기다.

이런 목소리는 미국 내부에서도 들린다. 개리 로크 미 상무장관은 최근 "미국이 중국 등 아시아지역에 대한 수출을 1%만 늘려도 수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게 중국만큼 잠재력이 큰 시장은 없다"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중국이 언젠가 세계 최대 수입국이 될 것이라면 중국으로부터 이득을 취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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