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비밀계좌 공개된다

한·스위스 조세조약 하반기 추진

이르면 내년 초부터 우리나라 세금탈루자들의 스위스 비밀금고에 숨겨놓은 내역이 부분적으로 공개될 전망이다.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한·스위스 조세조약 가운데 금융 정보 교환 규정 삽입문제를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그동안 우리측의 협상 제의에 미온적이었던 스위스 당국이 오는 7월 스위스에서 만나 최종 조율하자는 의사를 전달해왔다"면서 "그 이전에 실무진끼리 세부 협의를 마치고 7월에 최종 합의에 이르는 쪽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미국처럼 특정 범위를 지정해 스위스에 계좌 내역을 요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세금 탈루 의혹자로부터 받은 스위스 계좌에 대해 내역을 의뢰해 통보받는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한 역외탈세 추적전담센터 발족하고 국제거래세원 통합분석 시스템 가동 등 의심스런 거래를 포착하기 위한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다 내국인이나 내국법인이 해외에 개설한 예금계좌에 대한 신고제까지 도입될 경우 해외로의 비자금 은닉이나 탈세가 사실상 봉쇄될 것이라는 기대까지 나온다.

스위스는 그동안 금융 비밀주의 원칙을 고수해왔으며 1981년 체결한 한·스위스 조세조약상 금융정보 교환 규정이 없어 일부 국내 부유층이 스위스 은행의 비밀금고에 재산을 은닉해도 과세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다.

과거부터 일부 국내 부유층이 스위스 은행에 거액의 재산을 숨기고 있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재기돼 왔지만 스위스와 금융 정보 교환이 불가능해 숨겨놓은 재산을 파악하는 게 불가능했다.

한편 금융 정보 교환 방식은 우리나라가 무작정 스위스 측에 계좌 내역을 요구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세금 탈루 의혹자로부터 스위스은행 계좌를 받아서 스위스 측에 계좌 내역을 요구하는 경우로만 한정될 예정이다.

지난해 4월 런던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는 각국이 역외탈세 근절에 적극적으로 나서자는 합의가 도출됐다.

같은해 6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개 회원국 대표들은 조세피난처 국가들에 제재를 가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우리나라도 이런 흐름을 이어받아 외국과의 조세정보 교환협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과세당국이나 수사기관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재때, 제대로 제공받기 위해 이미 체결된 조세협약의 실효성을 높이려는 작업이 그 하나다. 또한 미체결국과의 협정체결을 늘리는 일도 진행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85개 국가와 조세협약을 체결했다.

국세청은 작년 11월 ‘역외 탈세 추적 전담센터’ 를 발족했다. 역외 탈세는 사전에 은밀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통상적 활동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국세청은 1월부터 국내법인을 포함해 전세계 6천여만개 기업의 재무자료를 전산에 통합구축해 국내외 거래를 분석하는 `국제거래 세원 통합분석시스템(ICAS)'을 가동하고 있다.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e-mail]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