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환 농협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 |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물가안정,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의 역할변화 및 출구전략의 시행 시점으로 요약된다.
무엇보다도, 한국은행은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는 관점에서 물가안정을 어떻게 꾀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어야 한다.
또한 금융위기 이후 정책 및 규제환경이 변화됨에 따라 우리의 바람직한 통화정책이 무엇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더불어, 출구전략의 시행과 관련해서는 정책금리인상을 언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시장과 소통할 필요가 있다.
먼저 신임 총재가 주도하는 통화정책의 최우선 목표는 물가안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은행법은 통화정책의 유일한 목표는 물가안정에 있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한은총재 내정자의 물가관을 두고 "매"파니 "비둘기"파로 구분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무의미하다.
이는 미국의 통화정책과는 대조가 된다. 미국의 경우, 통화정책의 목표는 물가안정과 경제성장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설정하고 있어 금리라는 단일 정책수단으로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꼴이다. 이러한 경우 물가안정과 성장과의 정책비중에 따라 매파와 비둘기파로 분류하는 것은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은행이 주도하는 통화정책은 물가안정을 유일한 목표로 삼고 있고, 경제성장은 통화정책의 목표가 아님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물론 물가안정을 위한 금리의 적정수준에 관해서는 금융통화위원(통화정책을 정하는 최고 의사결정기구)들 간 이견이 존재하겠지만 이를 두고 매파니 비둘기파로 구분할 이유는 없다 하겠다.
다음으로 한국은행은 부동산가격, 주가, 환율 등을 포함한 자산가격과 통화정책의 유일한 목표인 물가안정과의 관계를 면밀하게 고려해야한다.
금번 글로벌 금융위기발생 이전에는 물가안정이 곧 금융안정을 의미하였지만 위기발생이후 물가안정만으로 금융안정을 할 수 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금융안정을 위해 금리수준을 결정할 때 자산가격 역시 관리 대상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자산가격을 고려한 통화정책은 또 다른 부작용을 낳기 때문이다.
예컨대, 주식시장이나 부동산시장이 과열된 경우 이를 진정시키기 위한 금리인상이 실물경제 위축이라는 부작용을 야기하는 경우를 비일비재하게 볼 수 있었다. 이러한 부작용 때문에 자산가격을 고려한 전통적인 통화정책은 정책적 딜레마에 빠질 수가 있다. 향후 한국은행이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전통적인 정책의 대안으로 금리정책 이외의 다른 정책수단을 강구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다.
예컨대, 주택가격이 급등하는 경우 이에 대한 조절수단으로 총부채상환비율(DTI), 담보인정비율(LTV) 등 감독정책수단을 활용하는 것이 한 예라 할 수 있겠다.
또한 해외자본유입에 대응체널로 전통적인 금리정책을 고수할 경우 정책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해외로부터의 자본유입이 한시적인 경우에는 별문제가 없겠지만 지속적인 경우, 자본유입에 따른 원화가치 평가절상압력에 대해 한국은행이 시도하는 시장개입은 환율을 안정화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경제주체자로 하여금 환위험을 과소평가하게 해 지나치게 대외채무에 노출하게 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정책적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환유동성 및 레버리지비율 등 건전성 감독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따라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은 자산가격을 고려할 경우 금융건전성 규제감독정책과 정책공조(policy coordination)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즉 통화정책은 물가안정과 직접 관여되는 데 집중하고 규제정책은 자산가격을 관리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출구전략수단으로서 금리인상의 시행시점을 결정하는 것은 중앙은행에게 부과된 어려운 정책의사결정이다.
금리인상은 경기회복의 초기국면에 있는 경제를 다시 더블 딥으로 유도할 수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 금리인상 지연은 레버리지를 증대시켜 과도한 신용팽창으로 물가안정을 저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책당국의 금리인상 시점이 불확실하므로 금융시장도 자금을 단기로 운용할 수 밖에 없다. 금융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한은은 출구전략 시행의 기준을 가능한 한 명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금리인상 시점은 미국이 연방기금금리를 인상하거나 또는 국내 경제성장이 내수(=소비나 투자)가 자생적으로 활성화되어 고용사정이 좋아지는 조건이 충족될 때 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
국내금리를 인상하는 경우 국내금리와 미국금리간의 차이가 확대되어 해외로부터 자본유입이 확대되어 해외부문으로부터 통화증발유인이 발생하므로 물가관리에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 때문이다.
또한 현재 국내의 경기 회복세는 완연하지만 이는 수출과 막대한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효과이고, 시장 중심의 자생적 성장이라고 볼 수가 없으며 실제로 고용시장이 과열되어 임금이 급등할 때 비로소 인플레 기대심리가 가속화되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고용 없는 성장국면에 있어 인플레 우려는 없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해외요인과 국내 경제사정을 감안하면 조속히 금리인상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본다
/임준환 농협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pricing@paran.com>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