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식당을 운영하던 김영훈(가명)씨는 2004년 카드대란이 터지면서 손님이 급격히 줄어들자 대출금을 갚지 못해 법원에 파산 신청을 하고 그 해 12월 면책 확정을 받았다.
규정에 따르면 면책이 확정된 후 5년이 지난 올해부터 정상적인 금융거래가 가능하지만 김씨는 여전히 장기연체자로 분류돼 제도권 금융기관을 이용하지 못하고 사채에 의존해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법원의 면책기록이 신용정보 집중기관인 은행연합회로 넘어오지 않아 5년이 지나도 연체정보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24일 법원과 금융권에 따르면 김씨처럼 본인이 복권된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음지에서 고통받고 있는 금융소외자가 3만5000명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파산·면책 및 개인회생 제도를 이용했거나 개인 워크아웃을 신청하면 신용정보법 감독규정에 따라 은행연합회 전산에 공공정보로 등재돼 5년간 기록이 보존된다.
5년이 지나면 기록이 삭제돼 더이상 금융거래에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문제는 법원의 확정 판결을 받고 은행연합회로 기록이 넘어와야 5년의 시한이 시작된다는 점이다.
2005년 9월 이후부터는 파산·면책 및 개인회생, 개인 워크아웃 기록이 은행연합회로 일괄 통보되고 있지만 그 이전에는 채무자가 직접 확정 판결문 등 관련 서류를 들고 채권 금융기관을 찾아 연체정보 삭제를 요구해야 했다.
하지만 실제로 연체정보가 삭제돼 복권된 채무자 비중은 극히 낮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시는 금융소외자 구제 제도에 대한 인식이 낮았을 때"라며 "면책을 받은 채무자의 회생을 돕기 위해 어떤 후속 조치가 필요한 지에 대해 법원이나 금융권 모두가 무지했다"고 말했다.
2001~2005년 면책 결정자 수는 4만6000여명으로, 이들의 기록이 은행연합회에 정상적으로 등재됐다면 현재 5년이 지나 제도권 금융기관을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은행연합회가 자체 파악해 공공정보로 등록한 1만여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여전히 연체정보를 안은 채 살고 있다. 개인회생과 개인 워크아웃 신청자까지 포함하면 그 비중은 훨씬 늘어난다.
논란이 확산되자 은행연합회와 법원도 해결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은행연합회 신용정보부 관계자는 "문제가 있다면 조속히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법에 따라 구제를 받고도 실제 금융거래 현장에서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은행연합회는 법원에 2005년 9월 이전 면책을 받은 사람들의 기록을 넘겨줄 수 있는지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산·면책 및 개인회생 기록을 관리하는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은행연합회로부터 면책기록을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공문이 도착하면 검토 후 데이터 발송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