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플사의 아이폰이 국내에 선보이면서 스마트폰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 바람이 어찌나 거센지, 이동통신과 관련된 뉴스의 대부분이 스마트폰에 관한 내용이다. 이제 세상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쓸 줄 아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나뉠 모양이다.
스마트폰이 가져 올 사회경제적 변화의 핵심적 동인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Social Media)이다. 우리 말로 바꾸자면 사회적 혹은 사교적 매체이다. 소셜 미디어는 사회적 동물인 사람이 갖고 있는 모태적 본능, 즉, 남들이 무얼 하는지 알고 싶어하는 욕구에 부합하며 급속히 성장해 온 사업이다. 이러한 소셜 미디어가 24시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스마트폰과 결합한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자신의 사회적 네트워크 안의 사람들이 무엇을 하고 생각하는 지 실시간으로 알 수 있게 되었다.
새로운 매체의 등장은 늘 사람들의 생활을 혁명적으로 바꾸어 놓았다. 소셜 미디어가 가져올 변화 역시 과거의 인쇄매체나 방송매체가 가져온 변화의 수준을 뛰어 넘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매체가 가지고 있는 힘의 근원은 매체가 정보를 전달한다는 점에 있다. 과거의 새로운 매체는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정보의 양을 획기적으로 확대시킴으로써 사회적 변화를 촉발시켰다. 인터넷과 더불어 사람들은 더욱 많은 정보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고, 이제 사람들은 넘치는 정보에 파묻힐 지경이다.
소셜 미디어는 이러한 정보의 홍수 시대에 등장했다.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에 열광하는 이유는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정보를 걸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이들이나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과 수시로 정보를 교류함으로써 외부에서 쏟아지는 불필요한 정보를 걸러내고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더욱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파워 블로거라는 새로운 사회적 영향력 집단이 등장한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처럼 사회적 정보 확산의 패턴이 달라지면서 개인의 영향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변화에 민감한 기업들은 소비자의 구매의사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개인 간의 정보 흐름에 주목하고, 개인 간의 영향력이 어떻게 형성되고 작동하는지 이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과거, 영향력이란 권력과 동일시 되었다. 영향력의 사전적 정의 역시 권력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권위나 지위, 물리적 혹은 경제적 힘의 우위가 영향력의 지표였다. 이러한 현상은 권력층으로부터 대중에게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비중이 높았던 정보 흐름의 패턴과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정보가 개인 간에 끝없이 흘러 다니는 현 시대에 영향력에 대한 과거의 정의는 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요즘 들어 설득의 기술이나 사람들의 심리에 대한 서적이 눈에 띄게 늘었다. 다른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데에 더 이상 권위나 강제력이 잘 통하지 않는 다는 것을 사람들이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성 언론이나 전문가들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도가 과거에 비해 많이 낮아진 것도 이를 반증하고 있다. 내가 아는 한 의사의 사례를 통해서도 이러한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내과 전문의인 그 지인에 따르면, 요즘 환자들은 병원을 찾기 전에 온라인 환우회를 등을 통해 치료법에 대해 의사 뺨칠 정도로 많은 정보를 갖고 찾아 올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학회지의 최신 치료사례 보고서를 들고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이제 영향력을 갖기 위해서는 자신의 타고난 지위나 부, 혹은 배경이나 학력, 전문지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시대가 된 것이 분명하다. 무엇인가 다른 요소가 더 갖추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외국의 한 영향력 전문가는 영향력을 다른 사람의 마음에 감동을 줌으로써 자발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한 저명한 리더쉽 전문가는 영향력이 곧 리더쉽이라고 정의한다.
최근, 우리 사회 안의 여러 논란과 갈등의 원인을 사회 지도층의 리더쉽 부재로 보는 이가 많다. 영향력이 리더쉽이란 정의를 따른다면 우리 사회의 지도층이 갖고 있는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말이 된다. 소셜 미디어의 시대를 맞아, 우리 사회가 영향력에 대해 새로운 시각과 관점을 가져야 할 필요가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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