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한 軍 행태에 유가족 가슴만 피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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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4-1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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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평택 특별취재팀] 천안함 함미를 맞이한 평택항의 아침은 고요했다.

평택항에 위치한 해군 2함대 사령부 출입은 철저히 통제됐으며 간간이 부대로 들어가는 실종자 유가족들만 눈에 띄었다.

대부분의 유가족들이 슬픔에 잠겨 언론과의 인터뷰를 거절했지만 한 군의관이 장병 시신을 '고기'로 비유한 사건에 대해서는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군의관 김 모 중령은 지난 15일 백령도 현지의 독도함에서 시신을 수습하던 도중 "고기(시신)에서 떨어진 국물을 다 닦으라"는 발언을 해 물의를 일으켰다.

한 유가족은 실종자들을 고깃덩어리에 비유하는 군의관의 발언을 접하고 군 전체에 대한 신뢰가 깨졌다며 분개했다.

고 최정환 중사의 매형으로 실종자가족협의회 대표를 맡고 있는 이정국씨는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군의관 발언으로 해군 전체가 매도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유가족을 비롯한 전 국민의 성난 민심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기자가 부대 인근 식당에서 만난 한 평택 시민은 군 당국이 유가족들의 슬픔을 헤아리기는 커녕 어이없는 실수를 연발하면서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질타했다.

시신 운구 과정에서 희생자들의 신원이 뒤바뀌는가 하면 유가족에게 통보도 하지 않고 시신을 검안실에서 안치실로 옮기는 등 군 당국의 무책임한 행태에 유가족들은 아연실색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수뇌부는 시신 수습 및 장례 절차에 만전을 기하라고 주문하고 있지만 유가족들 사이에서는 군 당국이 희생자들을 송장 취급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오는 이유다.

천안함 침몰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군 당국의 실수 아닌 실수가 반복될수록 국민들의 공분(公憤)이 커지고 있다. 이는 희생자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일 뿐만 아니라 국가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깨는 행위다.

유가족들의 가슴에 더는 못을 박지 말아야 한다.

[특별취재팀=방영덕,강하수,고정화,정명화,엄윤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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