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대세상승 기대는 시기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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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4-19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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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민 KB투자증권 연구원

코스피가 3월 이후 저점을 한 단계씩 높이더니 22개월래 최고로 뛰어올랐다. 다만 올해 지수가 1700선 수준에서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초대비 상승률은 그리 높지 않다. 이는 2월까지 유럽을 중심으로 국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이 여파로 코스피도 급격한 조정을 경험해야만 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올해 코스피가 작년과 달리 박스권 흐름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 것도 이해하기 쉬워진다.

물론 코스피는 탑-다운 여건은 선진시장이나 신흥시장 대비 모두 우월하다. 선진시장과 비교하면 재정 건전성이 훨씬 양호하다. 신흥시장과 비교해도 출구전략 우려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다. 바텀-업 측면에서도 코스피 상장사는 두드러진 실적 개선세를 나타내고 있다. 덕분에 주식시장 밸류에이션도 한층 낮아졌다. 선진시장이나 신흥시장과 비교할 때 훨씬 매력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가 연초 이후 10조원 가까이 순매수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도 코스피가 박스권 흐름에서 못 벗어나고 있는 것은 앞서 강조한 두 가지 악재 탓이다. 선진시장은 재정적자를 눈덩이처럼 확대하고 있고 신흥시장도 출구전략 우려로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코스피만 나홀로 강세를 지속하기에는 부담이 큰 상황인 것이다. 유로와 영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중을 2009년 각각 6.15%와 8.6%에서 올해 8.65%와 12.25%로 늘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런 우려는 쉽사리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가중되는 형국이다.

신흥시장은 상대적으로 가파른 경기 회복세를 보여 왔으나 그만큼 물가상승 압력도 높아지고 있다. 물가 이외에도 부동산을 중심으로 자산가격 과열에 대한 부담 역시 상존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직접적인 통화긴축보다 대출규제나 지급준비율 인상 같은 우회적이고 점진적인 긴축정책을 진행했지만 향후 출구전략 강도는 한층 강화될 공산이 커 보인다.

코스피 펀더멘털은 신흥시장과 비슷하다. 이에 비해 통화정책 방향성은 선진시장에 가깝다. 또다른 특징은 가파른 기업실적 회복과 이에 따른 낮은 밸류에이션이다. 이 점은 코스피를 여타 해외 증시보다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다. 그렇지만 코스피는 경기 모멘텀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경기선행지수가 둔화되고 있고 원자재 가격도 높아지고 있다. 원화강세 국면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수출주도 실적 하향조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고 투자자 역시 이에 대비해야만 한다.

코스피가 작년 4분기부터 현재까지 보여 온 박스권 흐름에서 당장 벗어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외국인이 꾸준히 주식을 사들이고 있지만 이와 맞물려 환매 압력도 커지면서 기관은 매도로만 일관하고 있다. 대세 상승 국면을 기대하는 것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이야기다. 3월 이후 잠재돼 있던 대내외적 악재가 본격적으로 표출된다면 코스피도 여타 해외 증시처럼 순식간에 하락세로 돌아설 수 있다. 지금은 막연한 기대보다 재차 조정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에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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