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역사는 정부 규제와 금융사의 회피가 반복되는 역사였다. 즉 '규제→회피→재규제→재회피→재재규제→재재회피…'라는 주기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경제학자인 에드워드 케인 보스톤대 교수는 '규제의 변증법(regulatory dialectic)'이라고 말했다.
해운업 역시 마찬 가지다. 2~3년 호황이 지나면 4~5년 불황의 시기가 다시 찾아오는 주기가 되풀이 하고 있다.
때문에 세계적인 선사들은 호황기 때 불황기를 대비한다. 호황기 때는 선박을 발주량을 줄였고 신조선가가 낮아지는 불황기에는 대규모 선박 발주에 나선다. 이를 통해 선대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장,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실제로 세계 4위 선사인 에버그린은 최근 컨테이너선 100척을 발주한다고 발표했다. 그리스 선사들도 올해 들어 41척의 선박을 이미 발주했다.
이들 선사가 선박 발주에 나선 것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주춤했던 물동량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판단에서다. 또한 현재 신조선가가 최고점 대비 절반에 불과한 점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반면 국내 주요 선사들은 악순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0여년 전 IMF 관리체제 당시 부채비율 200% 축소 방침을 따르기 위해 선박을 대량 매각했던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그리고 대한해운. 이들은 최근 5년 동안 지속된 호황기에 부족한 선박을 채우기 위해 대규모 발주에 나섰다.
하지만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해운시황이 급락하자, 2003년 이후 고가로 발주한 선박들이 이들 선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유동성 위기에 몰린 국내 선사들은 선박ㆍ컨테이너 등 자산매각에 나서면서 경쟁력 약화를 자초했다.
결국 한진그룹은 지난해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체결했다. 현대상선을 주력계열사로 둔 현대그룹은 재무구조개선약정 대상후보에 오른 상태다. 따라서 이들 선사는 당분간 재무구조개선을 주력할 것으로 보여 신규 투자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
최근 경기회복과 함께 석탄ㆍ철광석 등 원자재 값이 상승하면서 해상 물동량이 늘어나고 있다. 해상 운임 역시 상승추세다. 모두가 해운 시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신호다.
올해 환갑을 맞이한 한국 해운업. 아직은 배울 것이 더 많은 게 국내 선사들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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