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가계의 제2금융권 대출 의존도가 카드대란이 한창이던 지난 2003년 수준까지 치솟았다.
금융당국이 내놓은 각종 대출 규제책으로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하는 서민들이 제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로 내몰리면서 가계부실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1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가계가 예금은행과 저축은행, 보험기관 등에서 받은 총 대출(판매신용 제외)은 지난해 말 기준 691조9660억원으로 전기 대비 16조3827억원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비은행예금기관과 기타금융기관 등 제2금융권이 취급한 가계대출은 282조4625억원으로 전체의 40.82%에 달한다.
카드대란 여파로 가계신용이 급증하던 지난 2003년 2분기(41.20%) 이후 6년 반 만에 최고치다.
가계대출 중 제2금융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6년 4분에는 37.1%까지 떨어졌다가, 금융기관 부실화를 우려한 금융당국이 지난해 총부채상환비율(DTI)·예대율 규제 등 대출 규제책을 내놓으면서 다시 상승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예금은행 대출 규제로 가계 대출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몰리는 일종의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잔액기준)은 예대율 규제가 도입된 지난해 11월 409조474억원에서 올 2월 408조2828억원으로 7646억원(0.19%) 감소했다.
이 기간 비은행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은 137조6602억원에서 142조1892억원으로 4조5290억원(3.29%) 증가했다.
문제는 금융위기 이후 늘어난 가계대출 중 상당 부분이 생계형 자금이라는 것이다. 소득 감소로 대출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는 서민층이 제2금융권의 높은 금리를 감내하기는 어렵다.
현재 소득수준 하위 20%의 대출이 전체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7%, 금액으로는 50조원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연간 1조원 늘면 은행 등 제1금융권 대출이 1조원 증가하는 것보다 최고 연 1000억~2000억원의 이자가 추가로 발생한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올 상반기 가계 이자 부담이 지난해 상반기의 10조1000억원보다 20% 급증한 12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정준 교보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이 은행 건전성 때문에 가계 대출 수요를 제2금융권으로 몰았다"며 "이 때문에 차환대출 수요가 꾸준히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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