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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전통과 철학없는 한식 세계화는 '어불성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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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5-22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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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기자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잠시 머무를 때의 일이다.

유난히 한국음식을 좋아하던 필리핀계 미국인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자신이 가장 좋아한다는 메뉴 '회덮밥'을 시켜 기자에게 권했다.

하지만 초고추장은 설탕으로 범벅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너무 달았고, 덮밥에 들어간 회는 일본 사시미 형태로 썰어있었다. 친구는 그 국적불명의 음식을 한국 전통음식이라 굳게 믿고 있었다.

외국 관광객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가장 놀라는 점은 바로 '음식 맛'이라고 한다.

한국에서 먹는 음식의 맛과 해외에서 먹는 맛의 차이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즉 그만큼 한식이 세계화에 뒤쳐져 있다는 얘기다.

세계화에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일식(日食)만 하더라도 장소를 불문하고 그 맛은 세계 어디나 비슷하다.

물론 그중에서도 가장 보편화된 스시(Sushi)와 사시미(Sashimi)는 한식에 비해 만들기가 훨씬 간편해 세계화 정도를 객관적으로 비교하긴 힘들다.

하지만 일본이 그들의 전통을 지키려는 노력만큼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음식 재료부터 만드는 과정까지 일본은 말그대로 '일본식'으로 한다.

또 식당 인테리어부터 종업원 옷까지 작은 것 하나하나 일본의 전통을 담는다. 따라서 식당을 찾은 손님들은 짧은 시간이지만 일식과 함께 일본의 문화를 한껏 만끽할 수 있다.

그래서 전통과 철학이 중요하다. 이미 세계 음식시장이 다양한 국적의 여러가지 요리로 '레드오션'인 상황에서, 한식이 살아남는 길은 우리의 전통과 맛을 살리는 길 뿐이다.

내년 1월부터 미국 공영방송사 PBS를 통해 방영되는 한식 소개 다큐멘터리 '스탑 앤 밥 코리아'에 출연하는 세계적인 스타 쉐프 장 조지도 한식이 세계화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전통을 살리는 길'밖에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우리나라도 최근 한식 세계화를 위한 일련의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 한식 세계화 관련 조직과 정책이 산만하다는 비판이 일면서 지난 3월 17일 이를 일원화하는 '한식재단'이 출범했다. 한식재단은 피겨스타 김연아를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한식세계화에 앞장선다는 의지다.

또 서울시는 오는 10월 말부터 뉴욕에 위치한 UN본부에서 '한식축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정상급 스타를 기용하고 국빈급 인사가 모이는 중요한 자리에서 한식을 홍보하고 알리는 일,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전통과 철학을 반영하지 않은 한식의 세계화는 그야말로 어불성설과도 같다. 물론 어느 정도의 보편화를 위해 퓨전도 중요하지만 결국 '뿌리'없는 퓨전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miholee@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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