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지난 달 큰 폭으로 증가한 중국 무역흑자 속에서도 중국 수출업체는 나날이 불어나는 비용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에 따르면 5월 중국의 무역흑자 규모는 195억달러로, 전달보다 무려 10배 이상 급증했다. 수출증가율도 전년 동월 대비 48.5%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 내 인건비 인상,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 위안화 절상움직임 등으로 인한 제품경쟁력 하락 및 정부의 대외무역 발전방식의 전환 정책으로 중국 기업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중국 경제참고보(經濟參考報)가 지난 21일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기업들도 이제 첨단산업 위주로의 대외무역구조 전환을 적극 모색해 저가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대외 무역구조 고도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임금 인상 狂風
중국 전역이 최근 임금 인상 움직임으로 들썩이고 있다. 올해 4월1일 상하이 시가 최저 임금수준을 960위안에서 1120위안으로 올린데 이어 장쑤(江蘇)·저장(浙江)·광둥(廣東)·푸젠(福建)·톈진(天津)·샨시(山西)·샨둥(山東) 등 14개 성·시에서도 잇달아 최저 임금수준 조정에 나섰다. 임금인상폭은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20%를 뛰어넘기도 했다.
왕진빈(王晉斌) 중국 런민대(人民大) 경제학원 교수는 최근 경제참고보와의 인터뷰에서 “인건비 상승은 중국 경제발전의 피할 수 없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는 임금인상의 급속한 인상은 △낙후된 사회보장제도 △지지부진한 소득분배제 개혁 △외자기업의 노동자에 대한 불합리한 임금대우 등 세 가지 요소가 시장에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왕 교수는 “임금인상을 통해 국민 모두가 다함께 경제성장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반면, 수출업체는 비용증가로 단기적으로는 경영에 타격을 입을 것이다”고 말했다.
◇ 생산비용 증가
인건비 뿐만이 아니다. 토지·전력·철광석 등과 같은 생산비용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바이슈창(白樹强) 대외경제무역대(對外經濟貿易大) 교수는 “국제시장에서 하락세를 보여왔던 원유· 철광석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다시금 원상복귀하고 있다"면서 "올해 3월까지 중국 1차상품 수입가격은 4개월 연속 두자릿수 증가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 위안화 절상압력
쑨화하위(孫華妤) 대외경제무역대 교수는 “국제결제은행(BIS)이 지난 15일 발표한 실제유효환율에 따르면, 2010년 1~5월 유로화는 전체적으로 7.84% 평가절하된 반면 미 달러와 중국 위안화는 각각 2.62%, 5.49% 절상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비록 달러-위안화 간 명목환율은 고정되어 있어도 실질적으로 위안화 환율이 유로화와 미 달러 대비 각각 13.33%, 2.87% 절상됐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로인해 중국의 대유럽 수출이 둔화될 뿐만 아니라 유럽 이외 지역에서 중국산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유럽산 제품에 비해 확연히 뒤떨어진 것이라고 경제참고보는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비용증가가 중국 수출업체들이 그동안 ‘저가공략’으로 누려왔던 막대한 수익을 갉아먹을 것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제조업체들이 생산비용 증가분을 제품가격에 전가시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국이 ‘저가제품 시대’의 종말을 고하면서 중국 내 대외무역구조 고도화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의견이다.
경쟁력이 없는 업체들이 하나둘씩 시장 경쟁에서 나가떨어지면서 그동안 저임금이나 에너지고소비 발전모델에 기대어 발전해온 중국의 제조업도 한층 업그레이드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메이신위(梅新育) 상무부연구소 연구원은 “중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인건비·토지 등 요소비용이 상승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근 들어 정부나 기업에서는 저임금에 기댄 경제성장 모델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왕진빈 교수는 “대외무역구조는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가야한다”면서 “성급히 추진하다가는 비용증대나 실업자 급증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바이슈창 교수는 "중국은 당분간 '위탁가공' 위주의 무역구조를 지속해 흑자기조를 유지할 것"이지만 "대외무역구조 고도화 움직임에 따라 흑자 규모가 점차 줄어들어 결국에는 대외무역불균형 문제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쑨화위 교수도 “비용증가와 위안화 절상은 수출업체의 이윤에 타격을 입힐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기업들은 결국 신제품개발 및 신시장 개척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적자생존의 법칙에 따라 경쟁력있는 기업들만이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살아남을 수 있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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