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진영 기자) 랩어카운트(자산관리계좌)가 증권가에서 인기를 높이고 있다. 이 상품은 여러 자산운용상품을 하나로 묶어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일반 금융상품에 비해서는 수수료가 비싼 편이다. 하지만 전문가 자문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랩어카운트는 금융위기로 증권가에서 자금이탈이 심화하하면서 나온 대안 상품이기도 하다. 적립식펀드 잔액은 이달 25일 기준으로 작년 같은 때보다 무려 13조5000억원 이상 감소한 64조350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랩어카운트 잔액은 같은 기간 3배 이상 늘어나면서 3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갑자기 시중자금이 몰리면서 과열 우려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지나치게 규제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각 증권사에 랩어카운트 상품에 대한 수익률 공시를 자제하라고 요청했다. 업계는 당연히 울상이다. 시장 환경이 변하면 주류 상품도 새롭게 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금감원 조치는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는 격'이라는 게 업계 입장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규모 펀드 환매로 고전하던 업계가 랩어카운트 상품을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라며 "본격 마케팅에 들어간 상황에서 규제 강화로 난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이상 과열 징후가 있다면 금융당국은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금융위기 직후 펀드 파동을 겪은 경험도 있다. 과도한 경쟁으로 부실 상품이 늘어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 랩어카운트가 특별한 규제를 받지 않아 법적 책임이 모호한 점도 개선돼야 한다.
그러나 랩어카운트 잔고 가운데 주식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자문형은 전체 22조원 가운데 1조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겨우 성장 단계에 있는 시장을 규제 관점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성장기 어린이를 작은 상자에 가둔 채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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