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 내 뭉칫돈이 안전자산을 찾아 해외 부동산으로 슬슬 눈길을 돌리고 있다.
그 동안 중국 내 부동산 투자에만 전념해왔던 중국인이 중국 부동산 억제정책을 피해 해외 부동산 투자에 나서기 시작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30일 전했다. 또한 최근 중국 정부의 환율제도 개혁 움직임도 해외부동산 투자 열풍에 촉매제 역할을 했다고 덧붙였다.
◇중국인, 해외부동산 ‘쇼핑몰이’에 나서
글로벌 부동산컨설팅업체인 나이트프랭크(Knight Frank) 측 자료에 따르면 올해 1~3월까지 영국 런던 내 신규주택 10채 중 한 채를 중국 대륙이나 홍콩 바이어들이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외 바이어 중 가장 높은 비중이다.
글로벌 부동산업체 DTZ의 북아시아 컨설팅 대표인 알바 투(Alva To)도 관련 통계를 통해 “중국 대륙 투자자들이 홍콩 내 고급 아파트의 5분의 1을 구매했다”고 밝혔다. 또한 DTZ가 지난 5월에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싱가포르 내 외국인 부동산 매입자 중 17%가 중국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제주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제주시에 934가구 규모의 라온프아이빗타운을 건설하는 ㈜라온레저개발은 지난 6월 14~15일 중국 투자자 160명로부터 189억8700만원 규모에 달하는 총 42건의 분양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특히 제주도는 중국 상하이에서 두 시간 거리 이내에 위치하는 등 지리적 이점을 가지고 있어 중국인의 매력적인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고 좌승훈 라온레저개발 홍보팀장은 밝혔다.
이에 따라 중국 부동산 큰손들을 잡기 위한 글로벌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발걸음도 덩달아 바빠졌다.
펄 두바이 FZ는 베이징 상하이에서 두바이 고급주택 투자 유치회를 열 계획이다. 인도네시아의 두아 카하야 아누그라(Dua Cahaya Anugrah) 역시 발리 해변에 위치한 최신 빌라를 분양하기 위한 대대적인 투자 유치회를 중국에서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중국은 세계 경제대국으로 막강한 자금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해외 부동산 투자에는 소극적이었다. 그 동안 전 세계 부동산 큰 손들은 대부분 중동 갑부나 사모펀드 투자자, 혹은 우리나라나 싱가포르 재벌로 알려져 있었다.
중국인 부동산 투자자의 대부분은 중국 내 부동산 투자에만 열을 올렸다. 그러나 이는 결국 중국 부동산 시장의 과열투자 현상을 빚었다. 실제로 중국 부동산 가격은 지난 5년 동안 평균 무려 77%나 훌쩍 뛰었다.
결국 중국 정부는 대대적으로 집값 잡기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안전자산선호+위안화절상
최근 들어 해외 부동산 투자에 중국 바이어들의 발길이 잇따르고 있는 이유는 뭘까?
자산을 안전하게 보존하는 성향이 강한 중국인들의 특성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실제로 지난 3월 HSBC는 35세에서 65세 사이의 중국인 36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국인의 저축률은 45%에 달한다고 밝혔다.
최근 집값을 잡기 위해 중국 정부가 잇따라 내놓은 부동산 억제정책이 중국 내 주택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불안감에 중국인들이 해외 부동산 투자로 발길을 돌린 것이다.
특히 중국 부호층에서 해외에 세컨드 하우스를 투자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는데다 중국 정부가 투기성 주택 매입제한 정책을 잇따라 내놓자 해외 부동산이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오른 것이다.
중국의 한 기업 간부급 인사인 트레이시 마(Tracy Ma·38)는 “우리 딸애의 장래를 위해 재태크를 한다”면서 최근에 해외 부동산 투자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레이시는 현재 이미 중국 남부의 선전(深圳)에 아파트를 한 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부동산은 가장 안전하면서도 장기 투자에 안성맞춤”이라면서 홍콩 부동산 시장을 물색 중이라고 밝혔다. 해외부동산 초보자이기 때문에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부동산 시장전망이 썩 괜찮은 홍콩이 적격이라는 것이다.
크레디리요네 증권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내 90% 이상 가구가 ‘내 집’을 소유하고 있으며, 25% 이상이 재태크용으로 2주택을 보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중국인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중국 위안화 절상 기대감까지 겹치면서 중국인의 해외 부동산 투자 열풍은 더욱 거세졌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난 19일 위안화 환율 유연성을 확대해 관리변동환율제로 복귀한다고 밝힌 이후 위안화가 점진적으로 절상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중국인이 해외 부동산 투자에 나서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영국 호화 부동산투자 업체인 커즌(Curzon)의 제임스 모스(James Moss) 이사는 “위안화가 절상될수록 중국인의 해외투자는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이터 통신은 중국 해외부동산 투자열풍이 위안화 강세에 힘입어 해외 부동산 시장 과열을 초래할 수도 있다면서 중국 부동산 버블현상을 중국의 '제2의 수출품'에 비유하기도 했다.
baeinsu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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