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현대건설 인수戰… 현대차그룹 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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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7-01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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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차그룹 인수 개입 가능성에 업계 ‘촉각’

(아주경제 김형욱 기자) 범(汎) 현대가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는 현대건설이 지난달 말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특히 1일 정주영 전 현대그룹 창업주의 장남 역할을 맡고 있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인수전에 뛰어든다는 얘기가 나오며 업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곧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지만, 업계는 현대차가 이번 인수전에 개입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날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는 현대건설 인수 개입설로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외환은행 등 현대건설 채권단은 7월 중 매각주간사를 선정하고 실사-매각 공고-예비입찰자 선정 작업을 거쳐 연말까지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순탄할 경우 현대건설 매각은 내년 초 마감된다.

◆범(汎) 현대가 대 현정은 회장 2파전= 가장 먼저 현대건설 인수 의지를 밝힌 것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다. 정주영 창업주의 5남 정몽헌 사후 그룹을 이어받은 현 회장은 앞서 수차례 현대건설 인수 의지를 밝혀 왔다.

특히 현 회장은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현대아산의 대북 사업을 계승하는 등 현대그룹의 ‘적통(嫡統)’을 줄곧 강조해 왔다. 현대건설 인수 의지도 이 회사가 초창기 현대그룹의 주력이었다는 점 때문으로 풀이된다.

더구나 현대건설은 현 현대그룹의 주요 현금창출원이자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는 현대상선 지분 8.3%를 갖고 있는 만큼 현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도 인수가 절실한 상태다.

현대건설이 정몽준(정주영 6남)가 최대 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그룹과 정상영 명예회장의 KCC에 넘어갈 경우 현대상선의 지분 40% 가량이 범 현대가로 넘어간다.

현재 현대중공업그룹과 KCC는 현대상선 지분을 각각 25.47%, 4.91%씩 갖고 있다. 현대건설 지분 8.3%를 합치면 이 두 그룹의 현대상선 지분은 총 38.68%가 된다.

그런 만큼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에 그룹의 사활을 걸고 있다. 다만 대북사업 중단에 이어 채권단의 재무구조개선 약정 압박 등 각종 악재에 시달리고 있다.

인수를 위한 자금도 예상 인수 금액 3조원에 못 미치는 1조3000억원 수준이다. 거기에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현대차그룹 마저 나선다면 인수는 더욱 힘겨운 싸움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정말 나설까= 현대건설 인수의 최대 변수는 현대차그룹. 그룹 측은 개입설에 대해 부인했지만 현대가의 맡형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현대의 모태’ 역할을 하는 무형적 요소를 고려한다면 인수 개입 여지는 충분하다.

특히 현대가는 전통적으로 장자 계승 형태로 이어져 온 만큼 ‘맡형’ 격인 정몽구 회장이 직접 나설 수도 있다는 계 일부 관계자의 주장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보면 현대차그룹이 이번 인수전 전면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 먼저 그룹 내에 이미 매출 1조원대의 견실한 건설 계열사 ‘엠코’를 보유하고 있어 인수에 따른 실익이 없다.

현대차그룹이 신속하게 이를 공식 부인하고 나선 것도 개입 가능성이 낮다는 걸 보여준다. 그룹 관계자는 “(일부 매체에서 보도한) 범 현대가의 현대건설 인수 관련 회동은 없었다”며 “이와 관련해 어떤 방침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정몽구 회장이 실리주의자라는 점도 개입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정 회장은 그룹 내 주력인 자동차와 연관된 부품, 제철, 물류 사업 등에 주력해 온 반면 대북사업 등 상징적인 사업에는 관심을 안 보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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