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넷째주 화제의 책 '블랙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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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7-2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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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블랙러브/ 고영희/ 글로세움

천천히 걸어 다니는 행인들, 서 있는 자동차에서 느긋이 신문을 읽고 있는 아저씨, 즐비하게 서 있는 상점들, 길가에 가득 피어 있는 이를 모를 야생화, 눈이 시리도록 파란하늘에 유유히 떠 있는 하얀 구름을 바라보며 내 차례를 기다렸다. 아마도 급하게 일을 보고 가버렸다면 흑인 남자들이 야구 모자를 즐겨 쓴다는 사실도, 여자들 역시 머리에 두건을 두르거나 가발을 덧대어 머리 땋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도 몰랐을 테지. 이 길에는 어떤 상점들이 늘어서 있는지, 꽃가게가 저곳에 있는지도 모르고 바쁘게 지나쳐 갔겠지. 길가에 저렇게 아름다운 꽃이 피어 있는지도 모르고, 오늘 하늘이 이토록 눈부시게 푸른 것조차도 못 느꼈겠지….

어느덧 남아공의 느리게 사는 삶에 익숙해진 저자의 마음 속 이야기다. 남아공은 한국과 달리 생활패턴이 느긋하다. 사업자등록을 하는데도 전산화가 되지 않아 한달에서 길게는 세달이 걸린다. 전화요금을 내는데도 기본 1~2시간이다. 재촉하는 모습에 사람들은 오히려 의아해한다. 그들에게 느리게 산다는 것은 시간을 잃는 게 아니라, 평온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달팽이처럼 느리게 살아가는 것이 더 많은 세상을 담고 더 많은 것을 얻는지 모른다.

책은 우리가 생각했던 아프리카 이미지와는 다른 풍경을 안겨준다. 아프리카하면, 내전과 인종차별, 기아, 에이즈 등으로 죽어가는 사람들 그리고 불룩한 배와 야윈 팔다리의 어린이들을 먼저 떠 올릴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블랙이라고 상상하고 있는 아프리카는 셀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빛깔을 지니고 있다. 드넓은 초원, 꽃물결로 일렁이는 카라 군락지, 케이프타운의 다양한 페스티벌, 걸음 자체가 춤사위인 플라맹고 등 그들의 자연과 삶은 아름답고 순수하다. 그곳에 살고 있는 3000여 부족이 각각 다른 빛깔과 문화, 예술적 재능을 지니고 있다. 학습으로 습득되지 않은 에너지와 끼가 생활에 스며들어 삶을 표현해준다.

아프리카 이주 9년차인 저자 고영희는 남아공 변두리 학교서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고 있다. 처음에는 글도 그림도 몰랐던 아이들이 이제는 다채로운 색으로 그림을 그린다. 아이들의 그림처럼 책은 아프리카의 다양하고 순수한 모습을 담았다. 페이지마다 사진을 실어 마치 그들의 삶이 눈 앞에서 펼쳐지는 듯하다. 모든색을 합치면 검정이 되듯, 그들의 검은 색 안에는 세상의 모든색이 섞여있음을 알 수 있다. 아프리카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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