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증권사가 실망스러운 2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에게도 여전히 ‘매수’를 권유해 그 이유에 시선을 쏠리고 있다.
25일 한국거래소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의 2분기 연결 순이익은 지난 분기보다 39.9% 감소한 1810억 원이다. 이는 시장 예상치를 20%정도 밑도는 수준이다. 이 같은 실적악화에는 기업구조조정관련 372억 원, 금융감독원의 규정 강화로 인한 649억 원 등 대손충당금 적립액이 크게 늘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이 회사의 실적이 안 좋았음에도 긍정적 시각을 대체로 유지하고 있다. 일시적 충당금을 감안했을 때 2분기 실적이 상당히 양호한 수준이란 분석에서다.
하나금융지주 실적을 평가한 증권사 중 삼성 현대 한화 하이 대우 신한 등이 기존 '매수' 투자의견을 유지했다. SK증권은 ‘적극 매수’를 권했다.
배정현 SK증권 연구위원은 하나금융지주에 대해 "구조조정 기업 관련 이슈 외에 추가 충당금을 적립한 점이 유쾌한 것은 아닌 점은 사실이나 충당금 적립 강화 이벤트 제외시 2300억원 수준의 순이익은 시현한 것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며 "건설 등 기업구조조정 비용을 반영하고도 경상적 순이익 2500억원에 근접한 실적을 시현한 점은 향후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는 동종 은행들과 차별화된 요소이다"고 지적했다.
KT&G와 CJ CGV도 좋은 않은 실적에도 불구하고 증권사는 대부분 '러브콜'을 날렸다. 하반기는 좋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KT&G는 국내 담배 판매가 부진했고 수출 전망도 불투명하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하반기 긍정적인 요인을 담배에 붙는 세금 인상 가능성에 따른 제품가격 상승 기대, 자회사 한국인삼공사의 실적 호조 등을 꼽고 있다. 하지만 매출 부진의 결정적인 요인인 담배 판매 개선 여부에 대한 언급이 없어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CJ CGV는 기대작들이 속속 상영을 하고 있어 본업인 영화 티켓 판매가 크게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단가가 높은 3D(3차원)으로 만들어진 '슈렉 포에버'가 인기몰이를 하고 있고, 강우석 감독의 영화 '이끼'도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1일 개봉한 '인셉션'도 상당한 흥행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태광도 분기 실적이 기대치에 못 미칠 전망에 목표주가를 낮추기도 했지만, 투자의견 ‘매수’ 추천은 이어졌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신규수주 감소로 내년 매출 추정치를 하향하면서도 이미 주가에 선 반영됐다며 매수할 것을 권했다.
청담러닝도 사정은 비슷하다. 신영증권은 청담러닝에 대해 2분기 어닝 쇼크가 예상되기는 하나 최근의 주가 하락은 과도한 면이 있다면 관심 종목으로 추천했다.
전문가들은 외국계가 아닌 이상 매도 추천을 하기에는 쉽지 않다는 반응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매수를 추천한 애널리스트들은 해당 기업의 실적이 좋지 않게 나와도 '원죄' 탓에 쉽사리 투자의견을 내릴 수 없다"면서 "애널리스트의 실적 코멘트는 행간을 잘 읽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융투자협회가 애널리스트 공시제를 추진하면서 매도 의견 비중을 넣기로 했다가 업계 반발로 뺀 탓에 균형 있는 투자의견을 얻기는 앞으로도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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