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미국의 경제 성장엔진이 갈수록 힘을 잃고 있다. 기업들의 실적 강세 속에서도 하반기에는 성장 속도가 더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2분기 미국 경제의 회복력이 급격히 떨어졌다며 소비부진과 기업들의 재고 감축 움직임이 하반기 더딘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美 경제성장률 추이 |
상무부는 무역적자가 급증하고 가계소비가 위축된 것이 악재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2분기에 수출은 10% 늘었지만 수입은 29% 증가, 무역적자 규모가 3384억달러에서 4259억달러로 급증했다.
GDP의 70%를 차지하는 가계소비 역시 1.6% 증가하는 데 그쳐 증가폭이 직전 분기 대비 1.3%포인트 둔화됐다. 반면 기업 투자는 1997년 이후 최대폭인 22% 증가했다.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쏟아낸 경기부양자금도 역성장을 막는 데 한몫했다.
문제는 하반기에 기업과 공공부문의 부양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막대한 재정적자 부담을 지고 있는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긴축기조로 선회하고 있는 데다 기업들도 소비부진 여파로 재고축적과 설비 투자 등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WSJ는 기업들의 재고 축적에 따른 투자는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전체 경제 성장률의 절반을 책임졌지만 2분기 기여도는 1%포인트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는 기업들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재고를 크게 늘렸지만 2분기 들어 특히 수요 회복세가 약해지고 있다고 판단, 재고 축적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이날 톰슨로이터와 미시간대가 함께 발표한 7월 소비자신뢰지수 확정치는 67.8로 9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6일 나온 예비치(66.5)보다는 높지만 전월(76)에 비해서는 10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이번 조사를 주도한 리처드 커틴 이코노미스트는 포춘에서 "7월 소비자신뢰지수가 추락한 데는 고용여건 악화와 가계부채에 대한 부담,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 등에 따른 불안감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라이언 스위트 무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저축에 집중하고 있는 소비자들은 필수품 외에는 소비를 꺼리고 있다"며 "이런 추세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올 하반기 미국 경제의 성장 속도가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향후 경제 향방의 가늠자로 주목받고 있는 7월 고용지표도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제이 펠트만 크레딧스위스 이코노미스트는 "더블딥(이중침체)은 아니어도 하반기에 회복속도가 완만해질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며 "미국 경제 성장률은 상반기 3.1%에서 하반기 2.75%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외에 HSBC는 미국 경제가 하반기 2% 성장할 것으로 점쳤고 콘퍼런스보드는 그보다 낮은 1.6%의 전망치를 내놨다.
손성원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고용불안이 심화하면서 소비자들은 소비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일 것"이라며 "고용시장은 미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이라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이 조사한 이코노미스트 57명은 오는 6일 발표되는 7월 실업률이 9.6%로 전월에 비해 0.1%포인트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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