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경진 기자) 퇴임을 앞둔 정운찬 국무총리의 마지막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다.
정 총리는 지난달 29일 대국민 담화문 발표를 통해 공식적으로 사퇴의사를 밝힌 이후 1주일 가량의 기간을 신변정리를 하는 데 소진했다.
총리직을 그만두더라도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그의 뜻에 따라 최소한의 업무를 수행하는 한편 그 동안 일일이 신경쓰지 못했던 총리실 직원들을 만나 식사를 하고 감사의 뜻을 전하는 등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한 조용한 일정으로 하루 하루를 보낸 것이다.
작년 9월 총리로 입각하면서 한 때 여권 내 대권주자 반열까지 올랐던 그가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세종시법 수정안'이 무산되면서 10개월만에 조기 퇴진하는 처지가 됐고, 그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엇갈린다.
하지만 극명하게 국론이 분열된 현장에서 반대파의 날선 비판을 받아내야 했던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이제 잔여임기가 다 된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분명 크게 누그러져 있는 게 사실이다.
진보신당은 정 총리의 사퇴표명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뜻을 일방적으로 전달했던 '아바타' 총리였다"고 냉소적인 비판을 하면서도 "참으로 불행한 일이었다"고 평가했다.
정부 관계자는 "정 총리는 이해관계가 엇갈린 세종시 문제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과정에서 많은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모든 게 정리된 지금은 오히려 측은지심만 남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세간의 평가에 더 이상 귀기울이지 않아도 되는 정 총리는 마지막까지 민생을 챙기면서 퇴임 이후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주말을 앞둔 지난 6일, 강원도 춘천을 찾아 희망근로 현장과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 민생 현장을 둘러봤으며, 현장에서 희망근로자들과 막걸리를 함께 마시며 애로사항을 듣기도 했다.
이후에는 죽림동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다문화가족들을 만나 그들이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겪는 어려움을 살폈다.
정 총리는 총리직 퇴임 이후의 계획에 대해 최근 국무회의 자리에서 "아마도 장기휴가를 갈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당분간 공직을 벗어나 휴식을 취하고 싶다는 의미로 받아들여 졌다.
하지만 수 차례의 사퇴의사 표명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만류했던 이 대통령이 평소에 그를 챙기겠다는 입장을 공공연하게 밝혔다는 점을 감안하면 장기휴가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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