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진영 기자) 국내 상장사들의 기업가치가 현저히 저평가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국내외 경기둔화로 증시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한국시장의 밸류에이션 여력은 여전히 든든하다는 의미가 있어 증시 추가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12일 미래에셋증권이 지난 1 ㆍ4분기 기업가치 대비 이자ㆍ세전이익(EV/EBITDA)이 흑자인 1306개 국내기업을 조사한 결과 이중 25%에 해당하는 326개 기업의 EV/EBITDA가 3배에 미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기존 EV/EBITDA 평가방식을 조정해 적용한 결과다. 최근 국내 기업의 투자자산이 신규사업 성격을 띄는 경우가 많아 기업가치(EV)에 기업 투자자산 장부가액을 현금성 자산으로 준용ㆍ차감했다. 보통 EV는 주식 시가총액(시장에서 형성된 주식가격에 그 주식 수를 곱한 금액)에 순부채(총차입금에서 현금예금을 뺀 금액)을 더해 구한다.
EV/EBITDA는 기업이 자기자본과 타인자본을 이용해 어느 정도의 현금 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비율이 낮을수록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에 비해 기업의 총가치가 낮게 평가된 것으로,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와도 상통한다.
조사 결과, 분석 대상 기업의 절반을 상회하는 661개 기업의 EV/EBITDA가 6배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25%는 절대 저평가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3배를 하회했다. 여기에는 시총 1조 클럽 130개사 중 37개사도 포함됐다. 특히 시가총액 상위 15개 제조업체 중 단 1개사도 조정 EV/EBITDA가 10배를 넘지 못했다. LG디스플레이가 2.5배로 가장 낮았고, 하이닉스(2.9배) SK텔레콤(3배) 현대차(3.5배) 등 순이었다.
조정전 EV/EBITDA기준으로도 전체의 32.6%에 달하는 427개사가 EV/EBITDA 6배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대 한국 상장기업들의 평균 EV/EBITDA가 6.5∼7배였다는 것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황상연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조정 전 EV/EBITDA와 조정 후 EV/EBITDA의 격차가 큰 기업은 전체 자산 중 투자자산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이는 최근 한국기업들이 2000년 초중반 대비 2배 가까이 지분투자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시총 상위 기업 상당수가 낮은 자본비용을 소요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불확실한 이익 전망과 최근 증시 급등 부담에도 한국시장 밸류에이션 여력은 여전히 높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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