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중국 경제성장, 정말 둔화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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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9-02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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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1월 초순. 국내 경제연구소 중국팀의 한 연구원은 고민에 빠졌다. 

막 미국의 투자은행인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보호를 신청한 직후로, 세계 경제가 수렁으로 빠져 들고 있을 때였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부문으로 옮겨 붙으면서 중국경제에도 불똥이 튈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었다.

매년 10% 이상의 고도성장을 구가하던 중국은 당시 세계경제의 ‘구원투수’였다. 중국이 미국의 수입수요 부진 등으로 타격을 입게 되면 그야말로 ‘큰 일’이었다. 때마침 중국의 수출증가세가 둔화되기 시작했고, 직전 발표된 3분기 성장률은 전년 동기비 9.0%에 턱걸이했다.

내년도 중국경제를 전망하라는 과제가 떨어졌다. ‘나름 중국 전문가’인 40대 중반의 이 연구원은 보고서를 작성하느라 꽤 오랜 날 밤을 새워 일해야 했다. 아무리 고민해도 판단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중국의 투자, 소비, 수출 등 3대 성장지표의 움직임이 둔화되고 있었다. 따라서 이듬해인 2009년 성장률은 중국 공산당의 정책 목표치인 8% 달성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보고서가 연구소, 투자은행 등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었다.

결국 이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2009년 8% 성장은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니나 다를까. 2009년 중국 경제는 9.1% 성장했고, 그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 해 미국은 -2.4%, 일본은 -5.2%, 유로존은 -4.1% 성장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쥐었다.

그는 “자본주의적 시각에서 벗어나 중국 경제를 바라보려고 했던 점이 적중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통화, 재정정책의 정책적 일관성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뚜렷하다는 점을 꿰뚫어 본 것이다.    

2년이 지난 지금,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그 때만큼이나 확산되고 있다. 중국경제의 성장세가 예상보다 빨리 냉각되고 있다는 불안감이 일고 있는 것. 

최근 발표된 중국의 7월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6개월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같은 달 자동차 판매 증가율도 전년동기비 14% 상승에 그쳐 오름세가 크게 둔화됐다. 수출·수입도 증가율의 하락세가 뚜렷하다. 

이런 지표의 발표로 중국 상하이종합주가지수가 6개월래 최저치 수준을 보이며 2,600선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다.  
언론들은 연일 중국경제 성장세의 하락을 우려하는 보도를 쏟아내고, 주요 국제투자은행(IB)들의 전망도 비관적이다.

골드만삭스, BNP파리바, 맥쿼리증권 등은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보다 0.5%p~1.0%p 낮춰 9.8%~10.4%로 조정했다. 심지어 바클레이즈 캐피털은 중국 경제성장률이 올 4분기에 9%로 떨어지고, 내년 1분기는 8.5%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정부의 대출 규제와 부동산에 대한 규제가 성장세를 늦출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이번에는 이들 언론, 투자은행들의 전망이 맞을지도 모른다. 중국경제가 정점을 지나 하향국면에 진입하고 있을 수도 있다. 지방정부의 재정여력이 예전 같지 않고,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데다 물가 상승압력도 지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둔화전망의 근거를 보면 ‘아직은 아닌 쪽’에 베팅하고 싶다.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6개월래 최저라고 하지만 전년 동기비 10.3%나 올랐다. 그것도 사실상 정부가 부동산경기 과열차단을 위해 노력한 결과이다.

수출·수입 증가율이 둔화됐다고 하지만, 7월의 수출액 1,455억 달러는 월간기준 사상 최대 규모이다. 같은 달 무역흑자는 최근 1년 반래 최대 규모인 287억 달러. 

수출 성적을 감안하면 올해 중국 경제는 하반기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중국의 국무원산하 발전연구센터는 “올해 재정지출이 무난히 집행되고, 국내외 수요가 급격히 감소하지 않을 경우 올 경제성장률은 11% 정도”라고 예상하고 있다.     

不盡長江滾滾來(부진장강곤곤내, 끝없는 장강(長江)은 도도히 흘러온다. 두보의 詩 ‘登高’에서)라고 했다. 중국 경제는 조용히, 그러면서도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아직은 옳을 듯하다. 중국경제를 자본주의 시각으로 재단하려는 자체가 자칫 위험한 시도가 아닐까.

산은경제연구소 박 용 하 경제조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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