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예술의 전당 가족오페라 '투란도트가' 오는 26일까지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열린다. |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지난 14일 오후 5시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당일 전석 매진을 기록한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를 보고 함박웃음을 지으며 나온 것은 다름 아닌 초등학생들이었다.
서울 양재동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5학년 김미영 양은 "핑, 팡, 퐁이 나오는 부분이 너무 재밌었다"며 "빨강, 흰색, 파랑 등 주인공들이 입은 옷도 예쁘고 공연 내내 지루하다는 생각이 안들었다"고 말했다.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를 가족 오페라로 성공시킬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말끔하게 털어버렸다는 증거다.
투란도트는 전통적으로 야외무대에 올려지곤 했다. 스텍터클한 음악과 화려한 의상, 방대한 오케스트라 규모 때문에 실내에서 공연하는데는 제약이 많았다.
하지만 연출가 장영아, 지휘자 최희준은 말그대로 '불가능한'것을 가능케 했다.
무대 깊이를 20~30m까지 깊이 있게 사용하는 등 토월극장의 장점을 적극 활용했다.
또 사실적으로 표현하기 보다는 절제할 건 절제하고 강조할 건 강조해, 간결하면서도 웅장한 멋을 표현하는데 성공했다.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연출가 장영아 씨는 "소품을 최대한 절제해서 사용했다"며 "칼과 도마 대신 부채만으로 모든 것을 표현했다"고 말했다.
자칫 어린이들에게 끔찍하고 잔인하게 느껴질 수 있는 장면을 부채로 표현해 상징성을 강조했다. 오히려 관람객들의 반응은 더 컸다는 평가다.
장영아 씨는 "투란도트는 내용 면에서 매우 알찬 가족오페라"라며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긴장감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희망, 피(삶), 투란도트(자신)라는 답을 통해 잃어버린 것들을 찾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투란도트에서 말하는 사랑은 '희생적인 사랑'으로 이익만 추구하는 요즘 시대에 많은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게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독일 작센 국립극장 수석 지휘자인 최희준은 푸치니의 모티브와 색깔을 고려해 악기와 음의 배치를 다시 했다.
첼리스트, 하프와 오르겔 전자음원을 가미해 야외 무대와는 다른 실내 무대의 장점을 살렸다.
"어린이들에게 음악을 제대로 전달해주고 싶었다"는 그의 말처럼 오케스트라는 세련되면서도 웅장한 음악을 선사했다.
최희준은 "처음에는 '과연 장대하고 웅장한 투란도트를 과연 가족 오페라로 만들 수 있을까'라고 의심했지만 오히려 이번 기회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음악을 제대로 전달하자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한편 투란도트는 예술의 전당이 가족오페라를 무대에 올린지 10주년을 기념해 올해 처음으로 선보인 오페라다.
회당 제작비가 기존 '마술피리' 보다 2배 이상 들지만, 예술의 전당은 적자를 감안하고서라도 또 하나의 새로운 가족오페라로 자리매김 하겠다는 의지다.
정동혁 예술의 전당 사업본부장은 "수도권 지역 예술문화회관에서 오페라 '마술피리'가 지속적으로 열리는 등 성공적으로 자리잡았다"며 "보다 많은 관람객이 순수 예술에 대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새로운 공연 문화를 이끌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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