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미국 경제에 대한 '더블딥(경기 상승 후 재하강'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달러 가치는 갈수록 오르고 있다. 경기 침체 여파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유로화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 "미국이 이 정도로 악화됐으면 다른 곳은 더 심할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이 퍼져 있는 듯 하다.
미국 경제가 불안하기는 하지만 '구관이 명관'이라는 심리가 작용하면서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심화하면서 일본 엔화는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엔·달러 환율이 1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정도로 초강세다.
전 세계 외환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원화 환율도 도깨비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200원에 육박한 상황.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이 경기 부양을 위한 조치에 나서고 일본 정부까지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 경우 원·달러 환율도 조만간 안정을 찾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환율 1200원 뚫리나…日, 개입 여부가 변수
2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0원 오른 1196.0원으로 마감됐다. 지난 16일 장중 1200원을 넘어선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미국 주택지표가 악화된 데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아일랜드의 국채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강등하는 등 악재가 겹치면서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은 여전했다. 이날 오후 3시 현재 원·엔 환율은 100엔당 1418.57원을 기록했다. 같은 시간 엔·달러 환율은 84.32엔을 기록해 엔화 초강세가 이어졌다.
다만 전날 9원 이상 급등한 데 따른 부담감으로 1200원 돌파는 저지됐다.
전문가들은 종가 기준으로 환율이 1200원을 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글로벌 경기가 여전히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부 개입으로 엔화 환율이 안정되면 원화 환율도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 "연내 1100원대에서 안정될 것"
국내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현재 글로벌 환율 움직임이 혼란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조만간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호 산은경제연구소 국제경제팀 부부장은 "연말까지 원·달러 환율이 1130원선까지 하락한 후 안정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경제가 더 악화될 경우 추가적인 부양 조치가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부부장은 "국내 경제의 펀더멘털도 견조한 편이라 글로벌 환율이 요동치는 와중에도 쉽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기적으로 국내 외환보유고와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늘고 있어 환율은 하락세를 보일 것"이라며 "다만 더블딥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 환율이 급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신동석 삼성증권 거시경제팀장은 "엔화와 달러의 동반 강세가 진정되려면 일단 미국 경제가 호전돼야 한다"며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쪽 상황이 조기에 나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팀장은 "원·달러 환율이 1000원대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며 "연내 미국 경제가 성장 궤도로 접어들면 원화 가치도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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