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전 세계 물동량 가운데 단일 국가로는 가장 큰 부문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의 경기침체 징후는 해운시장의 수요 및 공급 양 측면에 모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올해 들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해운시황이 빠르면 계절적 비성수기인 4분기부터 위축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2008년 악몽' 재현되나
미국 연방주택금융청(FHFA)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발표한 6월 주택가격지수는 전달에 비해 0.3% 포인트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같은 시각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미국의 7월 신규주택판매도 시장의 기대치를 만족하는 데 실패했다.
기존주택 거래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가 발표한 7월 기존주택 거래는 전달대비 27.2% 감소했다. 주택구입자에게 준 세제혜택이 종료된 지난 4월 이후 주택경기가 석달 연속 급락하고 있는 것이다.
주택은 미 국민의 90% 정도가 가장 큰 목돈을 들이는 투자 대상이다. 따라서 주택시장 침체는 곧바로 소비 감소와 고용 감소로 이어진다.
이는 미국 경제가 경기 침체기로 다시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때문에 국내 해운업계는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경기침체의 악몽을 다시 겪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리먼쇼크'로 해운시황은 2008년 하반기부터 급속하게 침체됐다. 이로 인해 국ㆍ내외 선사들은 지난해 극심한 불황에 허덕였다. 결국 한진해운은 실적 악화로 지난해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했으며, 현대상선 역시 올해 대상자로 선정됐다.
김우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운시황분석센터장은 "해운사들이 가장 주목하는 경제지표가 미국 주택시장 및 고용 지표"라며 "현재 경기흐름을 봤을 때 내년 시황을 낙관적으로 전망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국내 선사 감속운항으로 대응
상황이 이렇자 국내 선사들의 대응도 분주해 지고 있다. 비록 지금은 성수기 진입에 따른 할증료 부과와 늘어난 물동량 증가로 막대한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지만 미래를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들 선사가 꺼낸 대응전략은 '감속운항(Slow-steaming)'이다. 감속운항은 동일한 선박수를 가지고 운항속도를 낮춰 선박 1대가 주어진 시간 내에 운송할 수 있는 화물을 줄이 방법으로, 해운사들이 단기간 내에 컨테이너선 공급량을 조절하는 일반적인 수단이다.
최근 들어서는 감속운항의 감속 폭과 적용범위가 커지고 있다. 이른바 '초 감속운항(ESSㆍExtra Slow-Steaming)'을 통해 해운사들이 유럽ㆍ미국에서 아시아로 들어오는 물량을 조절하고 있는 것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초 감속은항은 앞으로 아시아에서 미국ㆍ유럽으로 가는 주력 노선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영업이익을 극대화 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소재 해운컨설턴트 'AXS-알파라이너에 따르면 현재 88개 노선에 ESS가 적용되고 있다. 이로 인한 선복량 흡수효과는 전체 선복량의 5% 달하는 55만 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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