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에코스(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서 산금채 3년물 금리가 지난해 11월부터 나와있지 않더군요. 산금채 발행이 멈춘 줄 알았어요."
업무상 이 시스템을 자주 이용한다는 한 민간 연구소 연구위원의 말이다.
한은은 국가가 지정한 주요 통계작성 기관으로 통화금융·금리·재정·물가·외환·고용 등 국내 경제와 관련된 주요 통계를 작성해 이를 공개한다.
그런데 이 연구위원의 말마따나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서 시장금리(월·분기·년)의 산금채(3년물) 통계가 벌써 10개월째 누락돼 있다.
이 기간 산금채 3년물은 총 6850억원 어치가 발행됐으며, 금리 변동폭도 0.71%포인트에 달했다.
한은은 민간으로부터 산금채 유통 금리를 받아 장외거래 추이 등에 따라 미세 조정한 뒤 이를 에코스에 고시한다.
어렵지 않게 산정할 수 있는 이 통계가 1년 가까이 누락됐다는 것은 한은이 그동안 통계 작성을 소홀히 했다는 얘기다.
더구나 산금채는 국채의 안전성과 금융기관의 수익률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인기상품'으로 국내 자본시장을 진단하는 중요한 잣대로 활용된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또 있다. 한은은 국민연금과 통화스와프를 통해 200억 달러를 교환하고 있으며, 한국투자공사(KIC)에는 170억 달러를 위탁, 운용하고 있다.
이 자금은 '국고'이기 때문에 최대한 안전한 운용이 필요하며, 돈을 맡긴 한은은 이를 수시로 감시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연금과 KIC가 어떤 상품에 얼마간 투자했는 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해당 기관의 홈페이지나 알리오(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는 물론 관리·감독을 맡아야 할 한은도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산금채 3년물 발행이 멈춘지 알았다던 연구위원의 경우처럼 한은의 통계관리 소홀 및 폐쇄성이 경제주체들의 오해를 살 수 있다. 나아가 한은의 신뢰 하락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한은은 '신뢰'를 먹고 사는 조직이다. 물가안정을 목표로 매파적 금리정책을 짜기 때문에 가계와 기업, 심지어 정부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할 때가 많다.
다만 개별 경제주체들은 한은이 통화 및 물가안정이라는 당위적 과제를 수행한다는 점을 인정하고 한은의 결정을 수긍하고 따른다.
하지만 한은이 사소한 통계 작성부터 시장의 오해를 사고 신뢰를 잃는다면 통화정책에 대한 불신을 커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한은이 신뢰를 쌓기 위한 '완벽'과 '소통'을 추구하는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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